9월 위기설, '기우'에 그치기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08.08.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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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청계광장]

미국의 적자는 지금 GDP의 6%를 넘는다. 한나라 경제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를 넘으면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농후해진다는 IMF 기준에 비추어 보면 결코 유지되기 힘든 수준의 적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에 외환위기가 온다는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달러는 국제화 되어있는 통화이고 전 세계가 다 사용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다른 나라에 달러 표시로 된 청구권을 창출하게 되므로 달러가 전 세계로 풀려나가는 역할을 하게 되고 다른 나라는 이 청구권 내지는 달러자금을 제3국과의 교역에 사용하거나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게 되므로 미국은 적자를 보아도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적자가 너무 심해지면 달러에 대한 신뢰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적절한 대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으므로 당분간 이러한 체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원죄’가 있다. 국제화되지 않은 통화를 발행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여분의 외화를 쌓아놓아야 하고 이러한 보유고가 모자랄 경우 이탈하는 해외자금에 대해 결제를 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10여년 전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모토로 내걸고 전략 추진을 가속화한 직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상당부분 악화되었다. 1995년 적자규모가 80억달러 정도이더니 1996년에는 적자규모가 230억달러 정도로 확대되었다. 당시 GDP가 5500억달러 정도 였음을 감안하면 적자규모가 GDP의 4.2% 정도까지 확대된 것이다.

수지적자가 위험수위에 달하자 외국인들이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실물경제가 안 좋아지는 와중에서 한보와 기아의 부도는 결국 외국인의 불안을 더욱 자극했고, 1997년 10월 일본계 은행이 80억달러나 되던 대출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여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다른 나라들도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11월에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하자 외환보유고는 1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가 버렸고 결국 우리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경상수지 적자, 경제불황, 달러부족을 염려한 외국인의 동시적 탈출,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외환위기의 전형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우선 10여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이미 60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였다. 외국인의 탈출 조짐도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팔자세가 계속된지 오래인데다가 그동안 국내 채권을 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고 있고 특히 9월에는 6조7000억원이나 되는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 채권이 동시에 달러로 바뀌어 한국을 탈출하면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이름하여 9월 달러 유동성 위기설이다. 물론 외환보유고는 그나마 충분하다고는 하는데 지난 한달사이 이마저 100억달러나 감소하였다. 환율방어 때문이기는 하지만 왠지 찜찜하다.



최근 유가가 하락조짐이 보이고 있으므로 이제 수입물가 안정을 목표로 한 환율방어를 중지하고 주로 외환보유고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위기 방어적인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도 안심하고 채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롤오버 시키면서 동시적인 탈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9월 위기설에 대해 정책적 관점이나 재테크적 관점에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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