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두려움을 떨치고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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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까지 반영… 센티먼트 반전이 급선무

뉴욕증시가 아시아증시 급락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시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후반 플러스권으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막판까지 상승기조를 유지하지 못했다.

S&P500지수는 -0.9%, 나스닥지수는 -1.1%로 다우지수 낙폭을 크게 상회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만 사흘만에 상승반전했다.



미 증시는 장중 배럴당 120달러선 밑으로까지 떨어진 국제유가(WTI)를 호재로 인식하지 않았다.
열대성 폭풍 에도아르도가 허리케인으로 발전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략비축유 방출 언급까지 가세하면서 WTI가 지난 5월6일 이후 3개월 최저치까지 밀렸지만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정유업체의 주가 하락세가 오히려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개인소득이 예상(-0.2%)을 뒤엎고 0.1%로 발표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갔고 개인소비지출도 0.6%로 양호했지만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 소비지출이 0.2% 감소한데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0.8% 상승하며 지난 2005년 이후 최대폭으로 오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6월 공장주문이 1.7%로 예상치의 배가 된 점도 철저히 무시됐다.

한국증시나 미국증시 모두 호재를 무시하고 악재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시장 심리를 대변한다.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도 행진이 멈추지 않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부담까지 있는 상황에서 미증시가 오르지 못한다면 코스피증시 자체적인 상승 동력은 없는 게 현실이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해외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약세마인드가 강화되는 불안한 투자심리를 쉽게 극복하기 힘들다"면서 "기술적으로 반등추세에 대한 신뢰회복이 절실해진 마당에 상황에 따라서는 전저점 지지력을 재검증 받아야 하는 부담스런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증시 장기 흐름은 하락세 지속, 중기 흐름은 비추세 등락, 단기 흐름은 하락'인 현재 외국인보다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돼 있는 투신권의 실질 매매동향과 선물시장에서의 차익거래 환경 추가악화 여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날 조선주의 폭락은 투신권이 운수장비 업종에만 2224억원의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장마감후 462억원 순매수로 돌아선 점을 감안한다면 선주의 발주계약 해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등하면서 증시를 나락으로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투신권이었다.



주식형펀드의 현금보유비중이 2005년 이후 최고치이기 때문에 투신의 매수여력이 충만한 상태로 알려져 있지만 1500초반대에서조차 주식매수에 나서지 않고 주식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보다도 증시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 된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선 수주 취소가 직·간접적으로 신용위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며 단순히 가격메리트에 근거한 조선업종 접근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조선업종 뿐만 아니라 건설업종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건설업종이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반영해 이미 지난해 주가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반납한 상황이지만 건설회사의 심각한 자금난을 감안할 경우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7월까지 코스피시장 등록 건설업체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회사들이 발행한 무보증회사채 규모가 총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는데 이들 대부분의 금액이 차환자금 목적으로 사용된데가 일부 업체의 경우는 최근 높아진 금리로 인해 추가적인 이자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 하순까지 2.0 이상을 유지하던 베이시스가 1.0초반대로 하락한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없이는 하락세로 돌아선 베이시스가 7조6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매수차익잔고의 매물폭탄을 유도하면서 외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에 따른 증시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6월 중순이후 IT전자가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이어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실했던 조선업종마저도 무너진 현재 어지간한 악재는 다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세계 경기침체, 상존하는 인플레이션 압력,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결집되면서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현 상황보다도 악화된 베어(Bear) 시나리오에 입각한 코스피 마지노선을 설정해 본 결과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에 참여하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신흥시장 위험 △기업실적 둔화 시나리오에서 각 변수의 악화정도에 따라 베이스(Base) 시나리오와 워스트(Worst)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베이스 시나리오는 하반기 유가 150달러, 수출 증가율의 고점대비 34.4%p 하락, 향후 2~3년간 EPS 성장률 0% 경우 예상 코스피지수 평균이 1435.15p다.
워스트 시나리오는 하반기 유가 200달러, 수출 증가율의 고점대비 57.0%p 하락, 향후 2~3년간 EPS 성장률 -11% 경우에 예상 코스피지수 평균이 1198.60p로 도출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위축된 시장분위기를 바꿀만한 계기가 없고 외국인과 기관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매수와 매도 세력간에 매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가 제한적인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주식시장의 핵심 악재였던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고 있고 미국 정책당국의 대응으로 금융불안이 서서히 진정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주식시장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 차원에서 분할매수 관점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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