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공시,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8.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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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공시 '시장 지킴이' 제대로 하나] - 중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조회공시 2/3의 답변이 '사유 없음'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가급등락을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뇌동매매'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주가급등락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사유 없다'는 답변이 시장에 잘못된 '역(逆)정보'를 흘리는 측면도 있었다.

◇답변은 '이유없다', 그러나 이유는 있었다



지난 4월30일 티티씨아이 (1,264원 ▼197 -13.48%)는 주가급락 조회공시에 대해 '사유 없다'고 답한 15일 후 전임 경영진의 횡령으로 IT관련 추진사업을 중단했다고 고백했다.

"조회공시,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지오엠씨, 케이알, 동산진흥 등도 마찬가지. 지오엠씨는 답변 후 10일만에 최대주주가 지분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들통났고, 케이알은 답변 20일 후 대규모 적자와 함께 최대주주의 주식 양도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동산진흥도 답변 1개월 반 후 한술몽골리아 인수 해지 등 악재를 연이어 쏟아냈다.



거래소가 인수합병(M&A)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인터파크,제일화재, 골든오일 ,엠파스,기린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조회공시는 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 증시 관계자는 "증시불황에는 인수합병 등 조회공시가 난무하는데 케케묵은 정보가 재탕되는 경우도 많다"며 "차라리 조회공시가 없으면 시간이 지나고 루머나 주가급변동이 잦아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조회공시, 오리발+역정보 '양산'


위 사례들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리발'이지만,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정당한 공시'활동을 한 경우가 많다. 실제 상장폐지·배당·증감자·합병 등 거래소가 규정한 12개 항목을 제외하고는 공시 의무가 없으며, 조회공시로 답변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위 기업들은 물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도 않았다.

피엘에이 (65원 ▼5 -7.1%)의 경우 지난 7월7일 대표이사가 검찰에 구속됐지만, 주가급락에 관한 조회공시 답변제목은 '특이사항 없음'이었다. 대표이사 구속은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피엘에이는 공시 뒷부분에 대표이사 구속 사실을 부연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지오엠씨, 케이알, 동산진흥, 티티씨아이, 피엘에이의 '사유없다'에 주목했고, 주가는 잠시 안정됐다. 주가가 '사유없다'는 조회공시의 '역정보'에 휘둘린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유가 나중에 드러나면서 주가는 다시 흔들렸다.

이에 대해 거래소 공시제도팀은 측은 공시제도의 '열거주의'가 낳은 폐혜라는 입장이다. '대표이사 구속'과 같은 중대사안의 경우에도 규정에서 열거한 공시의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허점이 생긴다는 것.

코스피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실제 공시의무사항이 아닌 경우 '사유 없다'는 답변이 아닌 경우 시장에 역정보를 흘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이 더 많이 때문에 조회공시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급변동에 대해 무턱대고 조회공시를 내릴 게 아니라 시장에 밀착해서 좀 더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해야한다"며 "공시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매각이나 인수합병(M&A)의 경우 실제 조회공시 대상인지, 조회공시를 요구한다고 해서 기업이 답변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한다"며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할 때 좀 더 세련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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