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입주 2개월, 은평뉴타운의 불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8.08.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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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뉴타운 1지구 입구에서 바라본 12단지 전경. 왼쪽 2차선 도로가 구파발역으로 이어지지만 출근시간이면 자동차와 버스 등으로 막혀 빠져나가는데만 20분 이상이 걸린다.↑ 은평뉴타운 1지구 입구에서 바라본 12단지 전경. 왼쪽 2차선 도로가 구파발역으로 이어지지만 출근시간이면 자동차와 버스 등으로 막혀 빠져나가는데만 20분 이상이 걸린다.


사례1.
지난 6월 중순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8XX동에 입주한 박미자씨(가명, 65세)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하자 보수를 신청하느라 정신이 없다. 패인 방바닥에 잘 닫히지 않는 현관문, 이상이 생긴 벽지 등 문제가 심각했다.

비가 많이 내린 지난달 말에는 아파트에 물이 새는 일까지 발생,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박씨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오면 보수할 게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다.



사례2.
은평뉴타운 1지구 11단지 7XX동에 사는 주부 김미영씨(가명, 32세)는 "아파트에서 구파발역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2차선이어서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힘들어 한다"며 "자동차로 구파발역까지 나가는데 20분 이상 걸린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도로를 넓히지 않는 한 주민들의 출근 시간에 나타나는 교통 혼잡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앞에서 바라본 1·2단지(左)와 진관중·고등학교(右). 4일 오전 단지를 오가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공사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앞에서 바라본 1·2단지(左)와 진관중·고등학교(右). 4일 오전 단지를 오가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공사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 1지구. 입주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은평뉴타운은 입주민들의 불평이 넘치고 있다. 끊임없는 하자 보수 신청에 엉망인 교통 환경, 지속되는 공사 소음 등 주민들의 불평이 이어지면서 '은평뉴타운'은 '불평뉴타운'으로 불리고 있었다. 입주자 인터넷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불편·불만 사항이 담긴 글이 올라온다.

4일 오전 은평뉴타운 1지구는 공사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단지 내 진관중·고등학교 공사는 물론 곳곳에 크고 작은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1지구내에서 지하철역이 가장 가까운 1단지와 12단지는 바로 앞 3지구 공사로 인해 소음이 심했다. 그 앞에서 오래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소음이었다.

1지구 12단지 8XX동 경비실 직원은 "아직 입주 초기라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공사 소음은 내가 봐도 정말 심각하다"며 "주부들의 경우 3지구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낮 시간에 집안에서 생활 자체가 어려운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내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들로 가득하다. 현재 은평뉴타운에 들어선 중개업소만 100개 정도에 달한다. 오픈 준비중인 업소까지 감안하면 130개에 이른다.↑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내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들로 가득하다. 현재 은평뉴타운에 들어선 중개업소만 100개 정도에 달한다. 오픈 준비중인 업소까지 감안하면 130개에 이른다.
현재 1지구(1·2·12단지) 입주율은 30%를 조금 넘는다. 지난 5월 중순만 하더라도 단지 전체가 공사 중이었지만 새로운 도로가 들어서고 아파트 상가들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1지구내 188개 상가중 100개 정도가 부동산 중개업소였다.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업소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130개가 넘는다. 생활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와 편의점은 모두 합해 고작 6개 정도다. 마을버스가 단지와 구파발역(지하철 3호선)을 오가고 있지만 배차시간이 15~20분 정도여서 주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단지 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파발역에서 1지구까지 도보로 대략 15~20분이 소요 된다"며 "생활 편의시설도 없고 교통 환경도 좋지 않아 생활하는 데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 은평뉴타운 1지구내 들어선 실개천. 입주민들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은평뉴타운 1지구내 들어선 실개천. 입주민들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은평뉴타운과 구파발역(지하철3호선)을 오가는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15~20분으로 주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은평뉴타운과 구파발역(지하철3호선)을 오가는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15~20분으로 주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생활환경이 좋지 않다보니까 넘치는 전세 물건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급매로 나온 저렴한 전세 물건만 거래가 성사될 뿐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현재 84㎡의 전세 가격은 1억5000만~1억7000만원으로 당초 전세 가격인 2억400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3억 원에 전세로 나왔던 102㎡는 1억7000만~1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134㎡도 마찬가지. 4억 선이던 전세 가격은 어느새 2억~2억5000만원으로 크게 낮춰졌다.

1지구 12단지 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급매로 아주 저렴하게 내 놓은 물건들 위주로 거래가 약간 됐지만 아직 전세 물건의 50~60% 이상이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좀 지나고 주거 환경이 좋아지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원주민이라고 밝힌 한 입주민은 "입주가 시작된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살기가 어떻다고 말하긴 좀 그렇다"면서도 "비가 새거나 아파트 자체에 하자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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