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낮아진 외환당국 '매도개입' 마무리?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8.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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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정점 가능성… 시장 자율 하락 기대도

이 기사는 07월31일(14: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은 이제 마무리된 것일까. 1000원 근방이면 물가 안정에 '충분히' 도움이 된 것일까.



외환전문가들도 이같은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 역시 '쏠림 현상'을 경계,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또 한번의 공격적인 개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눈치다. 이달초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안정대책 발표 때와는 당국자 발언의 뉘앙스도 '확' 달라졌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24일 "(환율 관련) 인위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라면서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율 기대 심리를 확실히 제거하겠다"던 이달 초 한은과 재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는 너무나 비교된다.

물가 정점 지났나..中 인플레 둔화 가능성

이달초 외환당국이 50억달러가 넘는 달러 매도 폭탄을 던진 배경에는 물가급등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1월 소비자물가는 한은의 목표 범위 상단인 3.5%(전년비)를 훌쩍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타더니 6월에는 5.5%에 도달했다. 전월비로도 2월 0.4%에서 6월에는 0.9%까지 급등했다.


그러던 것이 전월비로 6월에는 0.8%로 줄어들었고 7월에도 0.7%로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물가 급등세가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0달러에 근접했던 국제유가(WTI) 역시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예상 등으로 120달러대로 급락했다.

전세계적으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수요 촉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언성 낮아진 외환당국 '매도개입' 마무리?


특히 모든 국가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4월 8.5%에서 5월 7.7%, 6월 7.1%로 하락했다.

물가 잡기에 1차 목표를 뒀던 국내 외환당국이 숨을 돌릴 수 있는 대목이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수 있고 원/달러 환율도 고점 대비 50원 가까이 내려오면서 국내 물가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높다"며 "외환당국이 추가적으로 환율 레벨을 확 끌어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자율 하락에 대한 기대

대외 여건과 국내 달러 수급 구도 개선으로 시장 스스로 환율 하락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환율 급등 과정에서 공격성을 띄었던 달러 사자가 한 풀 꺾이고 팔자가 점차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유독 달러 팔기를 미루던 조선업체 포함 수출업체들이 매도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1050원대까지 오르기만을 기다리면서 달러 팔기에 소극적이었던 조선업체들은 최근 환율 상승폭이크게 줄이자 1010원대에서도 달러를 팔기 시작했다. 지난 2분기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간 지난 몇 년동안 이어지던 리딩앤래깅(Leading & Lagging) 전략이 올해는 바뀌었다"며 "환율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던 전략이 이제는 다시 정상화될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꼽혔던 정유업체들의 달러 사자도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제 수요를 자극했던 국제유가 급등이 완화되고 있는데다 달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러 사자에 나섰지만 이제는 급박함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3개월 혹은 6개월 유산스(USANCE)를 사용하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남아있는 유산스의 만기에 맞춰 선물환까지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결제 대금 지급을 위한 현물환 매수와 동시에 선물환으로도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유산스 만기에 맞춘 선물환 매수가 줄어들 시기가 됐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환율 급등 과정에서 개설된 3개월 혹은 6개월 만기유산스의 만기가 도래, 결제가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선물환 매수가 사그라들고 이제 현물환 매수로만 외환시장 영향을 미치게 되면 배가됐던 환율 상승 파워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6월 경상수지는 7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서고 있고 7월 이후에도 흑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은이 예측한 바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가더라도 지속적으로 900원대를 유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두려움이..

하지만 외환당국의 걱정거리도 있다. 여기서 환율이 더 하락하게 되면 과거 환율 하락기에 달러를 팔아났던 세력들이 반대로 달러 매수 세력으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KO옵션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업체들이 관건이다. 외환시장에서는 970원과 980원 정도가 되면 KIKO옵션으로 손실을 본 업체들이 대부분 계약 해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000원 근처에서도 계약 해지에 나서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현재 KIKO 잔액이 101억달러로, 환율 하락을 이용해 기업들이이 계약을 청산하겠다고 나설 경우 그만큼달러 매수 요인이 된다.

여기에다 그동안 미리 달러를 파는(선물환) 방식으로 헤지를 해놓은 기업들에게 '언와인딩(unwinding)'의 기회를 제공, 달러 매수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선물환 매도를 통해 헤지를 해놓은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환율이 더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기존 달러 선물환 매도에 대한 손절매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존 헤지해놓은 선물환매도 만기에 맞춰 선물환 매수를 통해 손실을 확정짓거나 혹은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계 은행 기업(코퍼레이트) 딜러는 "올해 환율 급등을 본 기업들중 KIKO를 가진 곳 뿐아니라 선물환 매도 헤지 기업들도 언와인딩(청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내 고객들에게도 환율이 980원이나 970원이 되면 과거 걸어놓은 헤지를 전부 언와인딩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고민거리는 또 있다. 9월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 채권 만기가 9월에 집중되면서 이를 대거 청산하게 되면 금리와 환율이 급변할 수 있는데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NDF(차액결제선물환)와 스왑시장에서의 개입 등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줄여 실탄을 쌓아놓고 9월을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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