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자본에 인수기업 판 대기업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08.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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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대기업 계열사, 코스닥업체 인수후 사채자본에 매각

대기업 계열 구조조정 기업이 코스닥업체를 인수한 뒤 사채자본에게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권을 인수한 사채업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고, 결국 이 회사는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계열사만 믿고 투자한 개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사라진 주식=지난해 말 명동 어음중개업자에게 은행권 여신 심사역의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내용은 조선 기자재 관련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A사는 태양광 사업 진출을 위해 B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은행권 뿐 아니라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인수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에선 대기업 계열사가 A사의 주주인 만큼 인수자금 대출에 긍정적이었지만 명동의 시각은 이와 달랐다고 한다. 사실상 사채자본이 A사를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은행권과 명동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고 한다. A사는 최종적으론 B사 지분 8.25%를 취득했으나 최근 이 주식 소재가 모호하다는 '황당한' 공시를 냈다. 그동안 A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액 투자자 울린다=대기업 계열 구조조정 업체는 지난해 A사를 인수한 뒤 몇달 후 일부 지분과 경영권을 C사와 D사에 매각했다고 한다.

문제는 A사를 인수한 C사와 D사가 사실상 사채자본이 장악하고 있던 회사라는 점이다. 특히 C사의 대주주는 회사자금 횡령 전력으로 유명한 경제사범이며, D사의 대주주 역시 사채자본의 '바지 사장'이라는 소문이 명동 시장에서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사채업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A사는 지난 6월 851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사고 공시 내고 법정 관리 신청에 이르렀다. A사가 인수를 시도했던 B사의 지분 역시 이 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회사는 C사와 D사의 대주주가 사채업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명동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고 한다. 인수 자금을 웃도는 가격에 A사 지분을 매각한 것은 모종의 '뒷거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추측도 나온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A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다. 명동 관계자는 "개미 투자자들은 대기업 계열사가 A사의 주주라는 말만 믿고 뒤늦게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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