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로비의 경제학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8.08.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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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로비의 경제학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사회의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특정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은 법령제정 등으로 어떤 산업에 대한 기업의 진입과 탈퇴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고 심지어는 국책사업을 특정 기업에 수주토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집행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것이겠지요.

기업들이 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최근의 한 연구(Faccio and Parsley, ‘Sudden Death: Taking Stock of Geographic Ties', 2008년)는 전 세계 33개국을 대상으로 유력 정치인이 교통사고, 암살 등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경우 동 정치인이 거주하던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의 사망 직후부터 향후 10일 동안의 가치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정치인들은 거주하는 지역이 자신들의 지역구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선거에서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역의 경제활동에 신경을 쓰게 되니까요.



동 연구에 따르면 유력 정치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경우 동 정치인이 거주하던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의 가치는 평균적으로 하락합니다. 그 하락 폭은 나라별로 다른데 미국과 영국은 각각 4%와 2% 정도 하락하는 반면 짐바브웨는 10% 이상 하락하는 등 부패정도가 큰 국가인 경우 그 하락 폭이 대체로 크게 나타납니다. 또한 정치인이 해당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경우 그 하락폭은 훨씬 더 큽니다. 실제로 유력 정치인의 사망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예를 들어 기업의 매출액 성장률은 이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5%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인들의 의사 결정이 기업의 영업활동과 그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인들의 자원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이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가 여부에 있겠습니다. 공공부문에서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을 보완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정치인의 의사결정이 특정 기업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질 때가 문제인데 이와 관련하여 부패정도가 큰 국가인 경우 정치인의 사망에 따른 기업의 가치 하락 폭이 크다는 연구결과는 시사적입니다. 부패정도가 큰 국가의 경우 정치인의 의사결정이 전체 사회적인 측면에서 볼 때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로비에 대한 뉴스에 우리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점을 상기해 보며 현재 우리 사회는 어디쯤 와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정치인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바람직하지 못한 의사결정에 따른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 증가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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