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멀게 느껴지는 반등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8.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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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확인 기다리는 증시… 보수적으로 대응하라"

미지근한 장세가 일주일 내 이어졌다. 올라도 화끈하게 오르지 못했다. 반대로 내릴 때도 급락은 없었다.

국내증시는 이번주 내내 약세장 속에서 국내외 호재와 악재에 그때마다 반응하는 베어마켓랠리의 전형적인 장세를 보여줬다.

일단 시장에서는 2차 신용위기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웰스파고와 JP모간체이스 등의 실적과 메릴린치의 85억달어에 이르는 자본조달 계획 등이 시장불안을 개선시켰다.



물론 주택가격이 반등하기까지는 현재 미국경제의 불안정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5월 20대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케이스실러 지수)은 1년 전에 비해 15% 넘게 하락했다. 2분기 주거용 주택건설도 15.6% 감소했다.

여전히 미국 주택경기는 빨간불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국 정책당국의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매이와 프래디맥에 대한 발빠른 대처 등으로 시장의 심리는 안정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안도감은 이제 경기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이 1일(한국시간)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지난해 4분기 수정 GDP를 발표에서 실망스러움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시장의 눈길은 다음주 5일 발표될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리고 있다. 아울러 FOMC 이후 7일 결정될 8월 국내 금융통화위원회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시장에서는 FOMC에서 미연준(FRB)이 정책금리를 현재의 2.0%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과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다소 떨어졌다고 해도 높은 수준이고 '이미 너무나 올라버린' 곡물값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버티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가격 하락과 모기지증권 부실 등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등이 강력하게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는 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수정 GDP가 마이너스, 앞선 2분기 GDP가 2%도 채 성장도 못하며 침체 국면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코스피시장도 FRB가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 비해 1.3% 내려앉기는 했지만, 미국증시의 낙폭 1.8%와 일본 닛케이지수의 2.1%에 비해서는 그나마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물론 그동안 투자심리의 반감과 수급의 불안 등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해 적게 오른만큼 적게 빠진 측면도 있다.



전날 860억원을 순매수하며 탐색전을 벌이던 외국인들이 이날에는 1200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개장 후 1시간 이상을 소규모의 순매도와 순매수를 넘나들면서 재차 탐색을 실시한 외국인들의 행동을 감안하면 다음 주 국내증시도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경색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6월과 7월 초만 해도 외국인들은 새벽 미국증시가 2% 가까이 빠지면 장초반부터 대량투매에 나서며 국내증시를 뒤흔든 게 다반사였다.

외국인들이 1일 12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규모나 심리면에서 관측해보면 한숨을 돌렸다는 안도감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7일 열릴 8월 금통위도 운신의 폭이 좁다. 높아진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올려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않다.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음은 물론 230조원 규모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가 0.25%포인트 올린다면 상승폭은 미약하지만 심리적인 영향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490조 원에 달한다. 가구당 부채규모로 하면 외환위기(IMF) 때의 3배 규모다.

가계대출 490조원 가운데 230조원이 주택담보에 물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모험에 가깝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최근 9%대까지 치솟아 부담을 가중시키는 마당에 금통위가 쉽게 금리를 인상할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내외 기준금리 움직임 예상은 이번 주 미지근한 흐름을 이어간 국내증시에 상당 부분 흡수된 것으로 본다. 민상일 한화증권 (3,505원 ▲80 +2.34%)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미국증시와 국제유가 등을 미리 선행해 움직인 측면도 있다"며 "다음주 예정된 각종 지표를 확인하면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증시의 반등도 강하게는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시가 경기흐름을 선행한다고 판단해볼 때 아직은 경기가 좀더 하향곡선을 그려야한다는 컨센서스가 증시에 스며있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증시는 미국 경기가 한번 더 가라앉은 뒤 반등의 신호를 보내야 크게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가 빠르면 올해말, 늦으면 2009년 상반기쯤에 반전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6개월 가량을 증시가 경기를 선행한다고 판단하면 올해말에나 가서야 반전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화증권 민연구원은 "내수부진과 수급, 자금시장 등 각종 불안이 남아있기 때문에 오르더라도 8월에는 1730포인트 정도 상승에 그칠 것"이라며 "보수적인 대응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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