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국민연금 '운용개혁' 어디로?

더벨 전병윤 기자 2008.08.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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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8월01일(16: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22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따로 떼어내 민간 기구에서 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은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우선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박해춘 이사장 선임을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있던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의 공개모집을 돌연 원점으로 돌렸다. 본부장 공모에 지원했던 20명의 전문가 중 3명을 추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도장만 기다리던 때였다.



장관이 최종 후보 3명 모두에 '부적격' 판정을 내려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건데, 최근 재공모에서 압축된 3명에는 1차 공모에서 탈락했던 인사도 포함돼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부 후보는 자산운용의 경험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재공모 사유가 불분명했고 명확한 설명도 없었던 터라 '코드인사'를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을 샀다. 현재까지 진행된 재공모 절차를 보면 근거 없는 비난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이처럼 우여곡절 속에 3개월 넘게 본부장을 공석으로 둔 채 격랑을 헤쳐 가고 있는 '국민연금 호(號)'가 아무래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9일 박해춘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중·장기 운용전략에 대해 설명했고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투자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간담회 시점이나 발언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이사장이 투자전략을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장이 언론을 통해 기금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앞으로 선임될 기금운용본부장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일련의 정황은 박이사장의 경영 스타일로 해석된다. 그는 난마처럼 얽힌 LG카드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등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면 때문에 되레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개혁 방향과 부분적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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