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공성(攻城)보다 수성(守城)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8.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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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내증시는 횡보장을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반전으로 돌아서 한편으로는 호재도 만난 셈이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보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졌다는 점이 더욱 거슬리는 형편이다.



다우지수는 1일 새벽(한국시간) 전날에 비해 205.67포인트(1.78%) 내린 11378.02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1.31%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4.17포인트(0.18%) 하락세로 돌아섰다.

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타던 미국증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성장률과 고용지표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에 그쳤다. 세금을 감면해주고 대규모 달러를 풀어 경기 하강을 막으려 애썼지만 당초 예상치인 2.1~2.3%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고용지표도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전주 대비 4만4000명 증가한 44만8000명을 기록해 5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문을 여는 아시아증시가 받을 실망감도 일단은 예상되는 셈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 대비 배럴당 2.69달러(2.1%) 하락한 124.0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122.7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내림세가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눈 앞에서 확인되면서 수요감소에 따른 우려감으로 약세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휴대전화를 주로 생산하는 IT기업 모토로라가 2분기 순익을 400만달러 내면서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한 대목은 국내 전기전자(IT) 업계에도 희망적인 소식이다.

여전히 IT기업에 대한 수요는 생각만큼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매수세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미국증시에 일희일비하는 최근 상황에서 코스피시장도 초반 약세는 불가피하다.

1600선 안착에 연일 실패한 코스피지수는 초반 미국 GDP쇼크로 인해 겨우 회복한 1590선도 밀릴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국내증시는 미국증시가 앞선 2거래일간 4% 이상 오르는 와중에도 1.7%만 상승하며 속도 조절에 주력했다. 이미 미국의 GDP 지표가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선제적인 대응을 한 측면도 엿보인다.



민상일 한화증권 (3,505원 ▲80 +2.34%)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미국경제가 처한 불안정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주요 금융기업들의 자산상각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기대, 강도높은 정부대책 등이 시장을 안정세로 이끌 공산은 크다"고 진단했다.

이미 예상된 거듭된 좋지 않은 소식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일단 1일에도 주도주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며칠간 실적모멘텀에 따라 상승추세를 이어가는 철강주와 반등을 시도하는 증권 등 금융주에 집중하는 편이 적절한 대응책으로 판단된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전일 외국인들이 철강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전반적인 매도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며 "아직까지 시장은 공성(攻城)보다는 수성(守城)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불확실한 외부여건들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다시 충격이 가해질 경우에 지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급구도나 펀더멘탈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실적호전주 중심의 제한적 접근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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