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떨어지는데도 주가 못 오르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8.01 09:14
글자크기

유가가 하락해도 미국경기가 발목 잡아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주가가 오를 것이다.'

원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할 때까지만 해도 유가가 하락하면 증시는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가는 120달러 대로 떨어졌지만 증시는 여전히 혼조세다.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유가하락이란 호재보다 더 크게 증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30일과 31일, 뉴욕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오르지 못했던 한국 증시는 미국 주가 급락 영향으로 다시 어려움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국제유가가 다시 약세를 보였음에도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곧 증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재고하게 한다. 유가가 하락한 이유가 다름 아닌 미국경기의 침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GDP는 1.9%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2% 예상치에도 못 미쳤고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수정되면서 미국경기 ‘침체’를 투영하는 또 하나의 적색 신호등이 됐다.



대외변수 가운데 국제유가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아온 우리증시는 최근 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였고 12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이라는 동안 말 그대로 일희일비 했을 뿐 국제유가의 하락기조만큼 주가의 상승기조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미국경기가 뚜렷한 하강국면을 보이면서 국내증시의 외국인 자본도 계속 긴장하며 지켜봐야한다. 어제 개인이 1,500억 팔고 나간 자리에 외국인이 860억 원으로 오랜만에 순매수로 들어왔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처럼 미국경기가 침체돼 가고 있다는 지표만을 보여주는 이상 외국인이 쉽게 순매수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주체들도 오늘의 유가하락보다는 미국 GDP하락 소식을 쫓아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주가가 반등한 시점에 긍정적 재료보다는 부정적 소식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2분기 GDP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앞으로 나올 강세효과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이같은 발표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로 향하는 우리의 수출에도 우려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늘 우리시장은 최근에 맛을 본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단맛보다는 미국 2분기 GDP 부진에 이은 뉴욕증시 하락이라는 쓴맛에 반응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