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줌마'들은 왜 孔을 선택했을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7.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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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프리미엄 유지 선호...계급 투표"

30일 치러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진보 성향의 주경복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의 영광을 누렸다.

공 교육감은 서울 25개구 가운데 17곳에서 지고도 '승리'를 챙겼다. 이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의 압도적 지지에 의해 가능했다.

공 후보가 획득한 50만표 가운데 약 13만표가 이 3개구에서 얻은 표다. 이 3개구를 뺀 성적표는 당선자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 대해 "사실상 공정택이 진 게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 '강남 3구' 유권자들은 왜 공정택 후보에 몰표를 던진 것일까.

공 후보는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아마도 그 지역에서 교육위원을 2번이나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노원, 목동, 강남 등 아파트 지역에서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남 학부모들이 공 후보의 공약에 강하게 끌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 후보는 지난 선거 유세에서 '학교선택제'에 대해 "절대 강남 지역 학생이 강북으로 안 간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올 겨를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남 학부모들이 '학교선택제'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을 겨냥한 말이다.

공교육 강화나 자사고 확대에 대해서도 강남 학부모들은 무턱대고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공교육 강화로 누구나 명문대를 갈 수 있고, 자사고가 너무 많아 '강남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상황은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것.


이렇게 보면 공 후보의 핵심 공약들에 대해 강남 주민들이 강력 지지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공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학교 교육을 바로잡아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작"이라며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공교육을 활성화 해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증권시장에서 사교육 관련 기업들은 공 교육감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테마주까지 형성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공 교육감의 경쟁강화가 사교육비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강남 지역 학원 강사들과 과외 선생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강남 학부모들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풍부한 자금과 정보력으로 자녀를 엘리트 코스를 밟게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 특히 사교육비가 입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똑똑한 저소득층 자녀들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는 시스템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설 입시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정책이 아니라 내 자녀의 미래"라며 "이런 경향은 강남 학부모들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저소득층 밀집에 따른 교육환경 악화를 이유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남 임대주택 건립사업을 반대한 것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잘 읽힌다.

공 후보가 '강남 프리미엄'에 우호적인 입장인 반면, 진보 성향의 주 후보는 이를 깨려는 공약이 수두룩했다.

결국 내 아이, 내 기득권을 지키려는 '강남 아줌마들'의 마음이 모여 공 후보의 당선을 도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공 교육감의 당선을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무리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 계층의 지지를 전체 국민의 지지로 오역할 경우 또 다른 '쇠고기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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