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이 돌아온다면…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7.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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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가 31일 순매수로 장을 마감했다.

짧게는 지난 24일 1644억원 순매수 이후 5거래일만이다, 하지만 장장 33거래일간 연속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 6월9일 이후로 따지면 2번째 매수 우위다.

외국인이 오랫만에 순매수를 나타냈다고는 하지만 금액은 837억원에 그쳤다.



배성영 현대증권 (7,370원 ▲10 +0.1%) 연구원은 "외국인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국내증시에 '잽'을 날리며 상황을 타진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가격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증시에 입질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용위기에 휘말린 미국경제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외국인들은 이날 전기전자를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POSCO (377,000원 ▲2,000 +0.53%)처럼 시총 상위 종목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크레디트스위스와 맥쿼리가 4만주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외국계가 8만주 가량의 매수 우위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POSCO도 맥쿼리와 메릴린치가 각각 8만9000주와 6만6000주를 순매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과 화학에 집중했다. 가격인상분 반영으로 실적기대가 높아진 철강금속을 907억원 순매수했다. 화학도 243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기존 매도세를 버리고 31일을 기점으로 매수세로 '턴어라운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배 연구원은 "미국경제가 여전히 불안함을 이어가는 와중에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방향을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증시가 올랐지만 내용을 뒤집어보면 아직 국내외 상황이 증시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투자은행(IB)의 긴급유동성 연장조치를 취했지만, 되짚어보면 이런 액션은 미국의 신용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일선에서 펀드운용을 지휘하는 주식운용본부장들의 발언에서도 아직 글로벌 경제가 개선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현 상황에서 미국증시 전망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수 우리C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미국 증시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주택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위험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이 돌아올 개연성은 열어둘 필요는 있다.

일명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VIX지수는 이달초 25.9 수준을 나타냈지만 지난 29일에는 22.0까지 3.9포인트 하락했다. VIX의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위기와 국제유가 등 악재에 대한 심리가 서서히 걷힌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심리적 요인이 반영돼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 매수의 손길을 뻗친 것으로 진단하면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마당에 대규모의 매수는 바라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외국인이 돌아올 때는 언제나 국내에서도 믿음직한 우량주를 선택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 시총상위주를 '쌀때 사두는 것'도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될 수 있을 법 하다.

또다른 관점에서는 외국인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증시 반등이 촉발되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증권주에 대한 매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주식형펀드로 14거래일 연속 자금유입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자들은 이미 국내증시의 반등을 눈치채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새벽에는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 전망치가 발표될 예정이다. 달러화 약세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성장률이 2.1%대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결정의 주요 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발표된다. 2분기 PCE는 전분기에 비해 2.0%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면서 미국증시의 분위기를 '레벨업'한다면 국내증시도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튀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단 VIX지수나 미국다우지수의 2거래일간 4% 급등, 국제유가의 변동성 약화 등 증시가 반등을 시도할 요건은 갖춘 셈이다.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주식을 사라"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어두운 면만이 아닌 희망의 빛줄기도 외면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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