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곤두박질, 마냥 좋아하기엔 왠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8.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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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움직이는 유가·주가 판도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 치솟던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한풀 꺾였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은 7월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6.7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7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145.29달러에 비해 15% 가량 하락한 것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급락 양상을 보이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120달러를 위협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국제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럴당 200달러를 외치던 전망은 자취를 감췄고 저유가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를 때 가파르게 올랐던 것만큼 유가는 떨어질 때도 아찔한 기울기로 그래프를 그려내는 모습이다. 그리고 유가가 곤두박질치는 날이면 미국 증시가 강한 반등을 보인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불안정한 모습이 대세하락을 의미하는 것인지 또 투기세력이 본격적으로 빠져 나가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올 들어 경기와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한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위기 이외에 초인플레이션도 한몫 했다. 원자재를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통화정책으로 위기를 진정시키려는 각국 금융당국의 활동 반경을 좁혔고 민간 소비를 냉각시켜 경기 둔화 우려를 높였다.

그렇다면 안정을 찾는 유가가 경기와 증시에 활력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그림]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 흐름
유가 곤두박질, 마냥 좋아하기엔 왠지...


◆브라질-러시아 증시 유가 따라 곤두박질


유가 상승세가 꺾이자 브라질과 러시아를 포함해 자원부국의 최근 주가 하락이 두드러진다.

원자재 강세에 힘입어 지난 5월 말 7만4000선에 근접했던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최근 6만선 내외로 내려앉았고 러시아 역시 2400을 돌파하며 고점을 기록한 후 2000 아래로 가파르게 내리꽂혔다.

지난해 말 대비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는 각각 10.5%, 14.8% 하락해 베트남(-53.7%) 중국(-45.5%) 인도(-29.6%) 등에 비해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월 말 대비 낙폭은 18개 증시 중 러시아가 15.3%로 가장 컸고 이어 브라질도 12.0%로 상대적으로 강한 약세 흐름을 보였다.

유가 곤두박질, 마냥 좋아하기엔 왠지...
유가 곤두박질, 마냥 좋아하기엔 왠지...
유가 하락은 원자재펀드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품 가격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았던 유럽과 남미지역의 주가에도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동반 약세 흐름에도 꿋꿋하게 버텨주었던 이른바 '러-브'펀드나 브릭스펀드의 수익률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유가 하락, 악재가 될 뿐 호재 안 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시들해지자 단기적으로 자원부국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반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유가 안정이 글로벌 증시의 상승을 견인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유가가 떨어진 데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과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했지만 이밖에 경기 둔화 우려가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킨다는 측면에서 유가 하락은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제의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면 결코 반길 일이 아니라는 것. 증시에도 호재가 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은 "유가 하락은 그동안 반사이익을 얻었던 지역에 악재가 될 뿐 나머지 지역에 수혜가 될 만한 재료는 아니다"라며 "미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주가가 유가 하락에 상승 화답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인 움직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유가가 고점을 찍고 아래로 밀리는 사이 브릭스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인 반면 그동안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글로벌 금융주와 인도, 중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유가의 하락 반전을 계기로 글로벌 증시 움직임에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이지만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주와 중국, 인도 증시가 오름세를 탄 것은 과매도 영역의 진입에 따른 단기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원자재시장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금융주와 중국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일 뿐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로 투자와 주가 상승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미국 금융주의 경우 자산 상각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들 뿐 아니라 상각이 마무리된다 해도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이밖에 이계웅 팀장은 또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사이 중동과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부국이 건설을 포함한 SOC 투자에 적극 나선 데 따라 글로벌 균형이 이뤄졌지만 유가가 급락해 석유 이익금이 줄어들면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친디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게 된다"며 "따라서 유가가 급락하면 자칫 글로벌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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