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194,000원 ▼4,300 -2.17%)은 지난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인 오후 5시경 공시와 함께 짤막한 실적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원고지 2.5매 분량의 보도자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 증가 배경만 설명돼 있었다. 정작 애널리스트 등 시장에서 관심이 많았던 후판 등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 분기 대비 수치와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배경 설명을 해줘야할 IR담당자들과의 전화통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는데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아예 저녁 늦게나 전화를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 (10,900원 ▲270 +2.54%)은 한술 더 떴다. 공시한 날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 IR 담당자들이 대부분 휴가를 가고 없었다. 실무를 잘 모르는 당번만 남아 공시했을 뿐 답변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실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될 리가 없었다.
조선업계의 이 같은 부실한 실적 발표는 주주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되풀이되고 있다. 세계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업체들의 위상도 크게 높아진 터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휴가를 간 삼성중공업이야 휴가 가지 말랄 수도 없지만 하필 그때 공시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4위인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시장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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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실적 발표가 있은 다음날인 30일 이들을 포함한 조선주 주가는 급락했다.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우려가 주된 배경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보도자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공시 어디에도 후판 가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