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받은 토지 위 창고, 낙찰 전 수리비용 어쩌나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08.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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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부동산경매 민원 사례별 분석과 해법

이경매 씨는 지난 봄 경기도 평택에 나온 토지를 경매를 통해 낙찰 받았다. 문제는 이 토지 위에 세워져 있는 창고에 대해 인테리어 회사의 정수리 씨가 수리 후 대금을 못 받았다며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경매 씨는 토지를 낙찰 받은 자신이 전 주인이 의뢰한 창고의 수리비용을 내줘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토지 위에 점유하고 있는 인테리어 업자를 내쫓아도 되는지 궁금하다.

정수리 씨가 이경매 씨의 낙찰 물건인 토지에서 비켜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가 사건의 쟁점이다. 여기에는 정수리 씨가 받아야 할 채권이 토지로 인해 생긴 채권이냐를 확인해봐야 한다.



이 사건만 보면 이경매 씨는 정수리 씨를 낙찰 받은 토지에서 쫓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경매 씨가 낙찰 받은 물건은 정수리 씨가 돈을 받을 채권인 창고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경매 씨가 토지를 낙찰 받은 사람이 아니라 창고를 낙찰 받은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정수리 씨는 창고에 대해 발생한 채권이기 때문에 창고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건물에 대해 유치권이 있다 하더라도 건물의 존재와 점유가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토지를 낙찰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토지 위에 건축물을 점유하고 있는 행동이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공사대금채권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유치권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유치하는 물건과 견련성(牽蓮性)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서 유치권 성립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기초공사 토지 가치 상승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한 아파트 공사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은 참조할만하다.

아파트 시공업체인 튼튼건설은 1998년부터 임대아파트 3개동을 공사하는 조건으로 나몰라종합건설에게 6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튼튼건설은 해당 토지가 과수원, 밭, 하천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고 대지 변경 후에도 지반침하의 위험성이 있어 아파트 등 건물을 건축하기에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두 회사는 지반침하로 인한 건물 붕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파일을 시공하기로 약정을 맺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나몰라종합건설이 자금사정 악화로 공사를 중단하게 되자 이 사업은 결국 경매로 넘어갔다. 해당 토지를 낙찰 받은 김새손 씨는 튼튼건설의 유치권 주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기초파일공사는 토지에 관한 공사가 아니라 단지 토지 위에 신축하려고 했던 임대아파트에 관해 생긴 것”이라며 견련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기초파일공사는 아파트부지에 관한 공사”라며 “공사대금채권은 토지에 관해 발생한 채권으로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즉 대법원은 기초파일공사가 땅의 가치를 올렸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해당 토지에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건물 붕괴 방지를 위해 기초파일공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사중단 토지, 세부적 요건 살펴야

일반적으로 터파기 공사 후 중단된 토지가 경매로 나왔을 경우 입찰자들은 해당 토지에 입찰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막상 들어갔다가 손해만 입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관련 법률전문가 역시 의견이 엇갈린다. 위 사건과 같이 법원의 판결이 최종판결까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해당 물건에 대한 권리관계나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 변호사는 “기초 파일공사를 시공한 건설회사가 단순 토목공사만 하는 도급 업체였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었던 판결”이라며 “토지를 낙찰 받을 경우 해당 토지의 가치를 끌어올렸는가에 초점을 맞춰 경매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만약 주유소 부지를 낙찰 받은 사람이 주유소 건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체와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공사업체는 땅의 가치를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낙찰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동안의 법원의 판결은 미세한 조건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100% 승소를 확정할 수 없다. 특히 토지와 관련된 채권에 관해서는 많은 변호사들이 판결에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따라서 성과비용을 책정해 당사자가 승소했을 경우 일정 비율의 성과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견련성이란? (소박스)
경매부동산에 대한 유치권 성립여부를 고려할 때 가장 판단이 어려운 분야가 바로 점유하는 물건과 채권의 견련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견련이란 서로 관련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며 견련성이란 ‘유치권의 성립요건은 유치대상이 된 물건 자체에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법의 유치권에 관련 내용을 보면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누군가 빚을 지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뜻이다. 견련성은 이처럼 유치권 성립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컴퓨터가 고장나 컴퓨터 정비사에게 유상수리를 맡겼다. 정비사는 컴퓨터 주인이 수리 대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컴퓨터를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사람이 새로운 노트북의 수리를 다시 의뢰하고 노트북의 수리비용만 지불하고 찾아간다고 해서 정비사가 컴퓨터의 수리비를 줄 때까지 노트북을 내주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없다. 컴퓨터의 채권과 노트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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