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빠지는 예탁금 CMA로 잡기 전쟁 중

머니투데이 박동희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7.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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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자금 고객예탁금에서 CMA 이동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성식(가명, 46) 부장은 올 들어 주식 비율을 대폭 낮췄다.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한차례씩 주식을 팔아 동양종금증권 CMA로 옮겼다. 이렇게 옮긴 자금이 5000만원. 현재 주식 잔고엔 손실이 커 매도가 선뜻 내키지 않은 1500만원 가량의 주식만 남아있다.

이 부장은 “주식의 수익성이 나빠져 CMA로 바꿨다”며 “요즘 물가상승률이 높아 현상유지만 돼도 좋다”고 말했다. 현재 계속해서 빠지는 주가를 감안하면 비교적 현명한 판단인 셈. 이 부장은 “CMA로 들어간 돈은 주식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주식 투자 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CMA는 늘고, 고객예탁금은 줄고

최근 들어 이 부장처럼 주식자금을 빼 CMA로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CMA의 계좌와 잔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 도입 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CMA설정액이 7월 11일 기준으로 32조157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계좌 수로는 643만개. 매달 1조원씩 신규자금이 들어오고, 20만~30만개의 계좌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6월 10조원선 아래로 내려앉은 후 9조원 초반을 기록하는 등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 CMA 계좌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CMA를 찾기는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김창수 하나은행 PB사업팀 차장은 이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 대해 “CMA로 몰리는 돈은 투자처를 기다리는 단기 대기자금”이라며 “6%중반대의 예금상품으로 가지 않고 CMA를 찾는 이유는 유동성 확보차원의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 확정금리 상품 가입에 앞서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리거나, 주가가 더 내려간다고 보고 저점 매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신규CMA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되는 CMA를, 미래에셋증권은 MMW형 CMA를 출시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대한투자증권 MMF투자형 CMA는 3주만에 설정이 4000억원에 달한다. CMA 쏠림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CMA 분야 1위인 동양종금의 경우 28일 현재 설정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자통법 앞두고 CMA 경쟁 가속화

CMA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주식시장의 어두운 전망에 더해 증권사간 치열한 경쟁이 꼽힌다.

이미식 한국투자증권 상품개발부 대리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에 자동이체 등의 지급결제기능이 부여되는데 CMA가 이에 부합하는 상품”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 증권사들은 현재 경쟁 중”이라고 밝혔다.

김양재 동양종금 골드센터 영업점 PB는 “내년까지 증권사가 60여개로 늘어나는데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을 확보하기 위해 CMA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증시가 안 좋기도 하지만 고객 확보 경쟁이 CMA자금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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