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아픔을 성공의 양분으로"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3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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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일과꿈]엄기원 여행사닷컴 대표

"실연의 아픔을 성공의 양분으로"


"일류 호텔들을 내 발 밑에 두겠다."

엄기원 여행사닷컴 대표(34·사진)가 여행업계에 뛰어들면서 세운 목표다. 27살의 당돌한 청년이었던 그는 혈기왕성한 패기 하나로 직원이 네 명뿐이던 회사를 6년 만에 10위 안에 드는 탄탄한 여행사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유명 호텔에서 일본어 통역을 하던 여자친구에게 처참하게 차였어요. 제 직업이나 외형적인 모습들이 초라해 보였던 거죠.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그 호텔을 사겠다고 결심했는데 너무 비싸서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호텔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행사를 차렸죠."



하지만 이것은 성공을 위해 그가 만든 '장치'에 불과했다.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그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을 다잡기 위해 아픈 기억을 희생양 삼아 원대한 목표를 세웠죠. 덕분에 무의식적으로 제 자신에게 항상 목표를 각인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포부는 컸지만 대학에서 미술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에게 관광 사업은 생소한 분야였다. 졸업 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여행과는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 경험도 없었던 탓에 사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2001년에 자본금 1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 초반부터 다 까먹었습니다. 법인설립하고 사무실 임대료, 인터넷비 등 다 돈이더라고요. 그때는 버는 게 없어서 세무조사 나와도 겁나지 않았어요."

수많은 여행사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규모 여행사로서 살길을 모색해야했다. "같은 날짜에 같은 항공편으로 10명 이상 여행객을 모으는 게 힘들었습니다. 대형항공사는 작은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큰 여행사에서 티켓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는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더군요."

그는 국내 여행사와 경쟁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국내 최초로 한글도메인을 사용하고 여행공동구매를 실시했다. 그러던 중 마침 새로 취항을 앞둔 태국 비행기를 발견했다. "운이 좋게 마침 졸업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있어서 50석을 일단 받았어요. 이걸 시작으로 저렴한 태국상품을 온라인에 올려놓고 모객을 시작했죠."


인지도가 낮은 회사였지만 온라인여행 패키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싼 가격에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한 덕분에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한 지 1년 만에 방콕 최대 송출인원 기록을 세운 그는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점점 다양한 국가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형 여행사 이사님께 '우리 회사가 눈엣가시가 될 만큼 성장해서 다시 오겠다'고 했어요. 올해 더 분발해서 누구나 메이저로 생각할만한 회사로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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