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메릴린치 평가손은 피했다"

이상배,오상연 기자 2008.07.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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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재협상 통해 7천만달러 평가익

한국투자공사(KIC)는 28일 보유중인 메릴린치 우선주 20억 달러 어치에 대한 보통주 전환 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추고 이를 보통주 7224만3217주로 조기 전환했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KIC는 지난 1월15일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곤경에 처한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전격 투자하면서 2010년 10월15일 주당 52.4달러에 보통주로 전환키로 했었다. 그러나 당시 50달러였던 메릴린치의 주가가 최근 2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약 1조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KIC는 메릴린치와의 재협상을 통해 투자금액 가운데 3000만 달러를 돌려받는 한편 보통주 전환 가격을 기존 가격의 약 절반인 27.5달러(25일 종가)로 낮추고 이를 즉시 전환했다. 이에 따라 KIC는 메릴린치에 대한 평가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환된 보통주는 앞으로 2개월간 매각이 제한되고, 그 이후에는 매월 538만주 이내에서 매도, 이전, 해지 등이 가능하다. 오는 2009년 1월15일 이후에는 주식 매각에 대한 제한이 사라진다. KIC가 메릴린치에서 받은 배당금은 지난 1월 이후 5월까지의 5850만 달러와 이번 재협상을 통해 받기로 한 3000만 달러 등 총 8850만달러다.



국경오 KIC 대체투자팀장은 이날 KIC 회의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배당금까지 고려할 때 현재 평가손실은 모두 사라지고 25일 현재 7665만 달러의 평가이익이 난 상태"라고 밝혔다.

KIC가 가진 우선주(전환가 52.4달러)의 평가 가치는 11억5731만달러로 투자금액 대비 약 8억여달러의 평가 손실이 났었다. 여기에 배당실현 수익 5852만 달러를 고려해도 평가 손실은 약 7억여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전환가 27.5달러에 보통주로 조기 전환한 뒤 KIC가 가진 메릴린치 주식의 평가가치는 19억8813만달러로 늘어났다. 또 3000만 달러도 일시에 배당금으로 받았다. 기존의 배당수익 5852만 달러까지 고려하면 KIC는 현재 7665만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KIC는 지난 1월 메릴린치 투자 당시 향후 일시적으로 근본 기업가치 및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추가상각 규모가 100억 달러를 초과하거나 주가가 급락하면 전환 기준가를 재조정하는 조항을 넣은 바 있다. 최근 메릴린치의 상각규모는 총 20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용 KIC 상무는 “메릴린치는 자산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채권을 보통주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왔고 KIC 입장에서는 평가손을 줄이려는 필요가 생겨 오랜 협상 끝에 이번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보통주 전환가격 조정으로 보통주 수량이 증가함에 따라 KIC가 보유한 메릴린치의 지분은 종전 3%(잠재지분 기준)에서 약 5%로 늘어났다.

진영욱 KIC사장은 "보통주에 대해 의결권을 부여할지 여부 등은 추후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사회 등에 참여하려면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걸쳐야 한다.

한편 메릴린치는 이날 신주를 발행해 총 85억 달러를 조달하며, 이 가운데 34억 달러 어치는 대주주인 싱가포르 국영투자사 테마섹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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