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외가 換시장 쥐락펴락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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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작년 하반기부터 '롱' 포지션 대거 구축

이 기사는 07월29일(14: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들과 기업들의 외환 거래가 주춤하는 사이 역외가 주도권을 쥐고 환율 추세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았던 외국인들이 역외 시장에서 달러 환전을 공격적으로 펼쳤고 이와 더불어 원화 절하에 대한 적극적인 투기가 가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 절하률 '최고'..외인 주식 17조 순매도



상반기 원화 절하률은 10.5%로 주요 국가 통화중 최고로 가치가 떨어졌다.



금융위기설이 불거졌던 필리핀 페소화가 8.1%, 인도 루피화가 8.4% 절하된 것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 하락은 두드러졌다. 인도 루피화는 작년 12.3% 절상(2006년말 대비)에서 올 상반기 8.4% 절하로 돌아섰다. 반면 스위스 프랑과 브라질 레알화는 각각 10.5%, 10.2% 절상됐다.


원화가 이같이 과격하게(?) 절하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지난 몇 년동안 과도한 절상에 대한 되돌림이 작년 하반기 이후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 맞물려서 나타났고 이 와중에 유가 충격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서 원화 절하에 속도가 붙었다. 원화 자산 매도에 불을 붙인 꼴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17조6790억원어치 순수하게 팔았다. 대략 176억달러에 달하는 달러 수요(원화 매도)를 발생시킨 것이다.

여기에다 고환율을 바랐던 새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실제 달러 매수 개입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환율 레벨을 꾸준히 올렸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직 적자 전환으로 원화 가치 조정이 있을 시점에 글로벌 금융 위기, 유가의 급등, 그리고 외환당국의 고환율 정책 등이 어우러지며 원화 가치 하락은 극적으로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은행·기업 거래 '주춤'..역외는 오히려 '활개'

환율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역외였다.

역외는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달러 매수(원화 매도)에 나섰다. 작년 1분기에는 3억7000만달러 순매도를 보이다 2분기 5억600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서더니 마침내3분기에는 149억7000만달러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순매수 규모를 더 늘려 187억9000만달러 순매수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때에 맞춰 역외는 환율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셈이다. 올해 1분기에 환율이 1000원대로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서며 49억달러 순매도를 보이더니 2분기에는 다시 97억300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말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하기를 전후로 역외는 달러 롱(매수) 포지션을 대거 쌓았다"며 "역외가 환율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역외가 이같이 적극적으로 롱 포지션을 구축하는 사이 국내 소재은행들은 거래를 오히려줄이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95억90000만달러였던 은행간 거래는 4분기 91억2000만달러로 줄었다. 선물환은 같은 기간 8억5000만달러에서 10억4000만달러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현물환 104억6000달러로 거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2분기에는 89억8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14.1%로 줄었다. 선물환 역시 2분기에 8억2000만달러로 21.9% 급감했다.

기업들 역시 역외의 움직임에 후행하며 전략 수립에 뒤처졌다.

작년 3분기와 4분기 역외가 대거 롱 포지션을 구축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선물환 매도를 극적으로 늘렸다. 작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131억달러, 161억달러를 순매도했던 기업들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76억달러, 249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달러를 팔아치웠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42억달러를 팔아 치우더니 2분기에는 242억달러 순매도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조선중공업체들의 수주가 소폭 줄어들고 고유가 등으로 시장에서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강해지면서 2분기 선물환 매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환율 하락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관성에 젖어 작년 하반기부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던 외환시장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결국 환율 상승을 주도했던 역외 세력들이 이를 통해 큰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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