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지만 머슴살이 쉽지않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7.30 08:42
글자크기

2008년 7월 당신은…⑤ 중앙부처 5급 사무관

- 세금 제외한 월급 300만원, 저축은 월 50만원
- 교통비 부담 커, 대중교통 출퇴근으로 절약
- "그래도 공무원 생활은 안정적.. 친구들에게 미안"
"안정적이지만 머슴살이 쉽지않아"


"요즘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반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죠. 40대만 돼도 이직을 걱정해야 하는데 저는 그래도 60세까지는 그런 걱정은 안하잖아요."

2001년 초반 행정고시에 합격해 현재 과천청사의 경제부처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는 김종석(34·가명)씨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김 사무관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가계부는 저축도 하는 등 여유가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정이 숨어있을까.



◇전세대출 이자 부모가 부담=야근수당을 포함한 김 사무관의 한달 월급은 세금을 빼고 300만원 정도다. 그의 아내는 2006년 결혼하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안정적이지만 머슴살이 쉽지않아"
최근에 줄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씀씀이가 커서 자신과 아내의 용돈으로 65만원을 쓴다. 식비와 교통·통신비로 각각 55만원, 36만원이 나간다. 그것도 최근에 시행된 '승용차 홀짝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면서 유류비가 줄어서다.



매달 30만원씩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늘리고 싶지만 다음 달 태어날 첫 아이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지금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실정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김 사무관은 현재 매달 50만원 정도를 저축한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부담을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 사무관은 결혼하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마포에 전셋집을 마련했다. 부모님도 여유가 없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현재 부모님께서 매달 내는 80~90만원의 대출이자는 원래 김 사무관이 부담해야할 몫인 셈이다.


김 사무관은 "부모님이 부담하고 있는 대출이자를 진작에 떠맡아야 하지만 아직 아내에게 얘기조차 못 꺼내고 있다"고 말했다.

◇머슴으로 살기 쉽지 않아=김 사무관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저녁 11시에 퇴근한다. 일요일에도 꼬박꼬박 출근한다. 주5일 근무에 9시 출근 6시 퇴근은 꿈도 꿔 본 적이 없다.

날이 푹푹 찌지만 에어컨 바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에너지 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에어컨 가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도 1대만 운행하면서 식사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가는데도 한참 걸린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하는 일은 공공부문에 대한 전략을 짜는 일이다.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컨설팅업체의 역할과 비슷하지만 봉급은 컨설턴트가 받는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김 사무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 공무원의 국민의 '머슴'이라고 했지만 '머슴'으로 사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다만 안정된 직장이어서 40~50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남보다 적고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김 사무관은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이 없다면 만족할 수 없는 직장"이라며 "안정적 직장만 찾았다면 다른 곳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비·사교육비는 줄여줬으면…=김 사무관은 승용차를 놓고 다니면서 '그동안 너무 낭비한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서는 굳이 차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아껴야 한다"고 답한다고 했다.

공무원이라 정부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터뜨릴 수는 없지만 물가급등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제수준에 비해 유독 높은 통신비와 사교육비에 대한 불만이 강하다. 1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김 사무관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