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이징 올림픽과 IOC 위원 그리고 외교력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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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협상, 금강산 피격사건, 일본의 독도 망언,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 성명 문구 삭제, 미국 국방부 산하 지명위원회의 독도 분쟁지역 표기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한국 외교가 수난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탓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교 인적자원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경제력=국력'이 된 요즘 기업가, 경제인은 국제외교의 핵심 자원이 됐지만 오히려 외교 분야에서 활약해줄 경제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국제 스포츠 외교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런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13억 인구를 가진 이웃나라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한국과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영향력에도 위기 신호가 오고 있다.

한 때 3명의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을 두고 스포츠강국을 자랑했던 한국은 이제 이건희 전 삼성회장만이 유일한 IOC 위원으로 남았다. 2005년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물러났고 지난해 9월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을 맡았던 박용성 위원마저 사퇴했기 때문이다.



IOC 위원의 자리는 단순히 스포츠 외교의 한 축을 넘어서 그 나라의 또 다른 외교 대사의 역할을 한다. 그런 이유로 IOC 위원은 국빈급의 의전을 받는다. IOC 위원은 해외여행때 입국비자가 면제되며, 호텔에 묵을 때는 해당국 국기가 호텔 앞에 게양된다.

또 업무에 관한 한 소속 정부로부터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그만큼 IOC위원의 국제적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 전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으로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IOC 위원 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보류했다. 참석하고 싶어도 여론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셈이다.

유일하게 남은 한 명의 IOC위원이 이웃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현실은 스포츠 외교에 뼈아픈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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