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차익잔고 8조원의 의미

김주연 머니투데이 방송기자 2008.07.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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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수로 지지되는 불안한 증

지난 주 우리 증시는 끝없는 추락에서 벗어나 상승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난 25일, 증시 상승과 함께 매수차익잔고는 사상 최대치인 8조원 규모를 넘어섰고, 현재 베이시스는 비교적 높은 평균 2.44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매수차익잔고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매수차익잔고 8조원의 의미


이처럼 늘어만 가는 매수차익잔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지금의 상승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인 균형 상태의 시장에서라면 주가지수 선물과 현물 주가지수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현-선물 시장 간에는 항상 일정 정도의 베이시스(선물-현물)가 유지된다.
이 베이시스는 보통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 선물 만기일이 다가오면 '0'에 수렴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베이시스 값이 평소보다 높아지거나 또는 '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선물이 고평가되고 현물이 저평가된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그것이다. 이 때 고평가된 것을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사들임으로써 투자자는 무위험 수익을 취할 수 있는데, 이를 차익거래라 한다.



그 중에서도 베이시스가 커진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물을 사들이는 것을 매수 차익 거래라 한다. 투자자들은 옵션만기일, 혹은 선물만기일에 베이시스가 '0' 에 가까워지면 선물 매도 잔고를 청산함과 동시에 현물 매수 잔고를 청산함으로써 무위험 수익을 실현하게 된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프로그램매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주 증시 상승은 연일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의 지지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렇게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 직접적으로 매수차익잔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매수차익잔고는 만기일을 전후로 청산될 물량이므로 매수차익잔고만 놓고 봤을 때 다음 달 옵션 만기일과 9월 옵션, 선물 동시 만기일을 전후로 쏟아질 매물 폭탄은 현재까지 8조원 규모가 넘는다.


만약 8조원이 넘는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잠시 반등했던 시장 분위기는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 프로그램 매수가 현물 시장 매수분을 주도했던 점이 우려를 샀던 이유이다.

여기에 최근 차익 거래 순매액과 매수 차익 잔고 증감분 사이에 꾸준히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라면 매일매일 발생하는 차익거래순매액은 프로그램매수차익잔고증감분과 일치해야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익거래순매액과 매수차익잔고 사이 불일치가 1000억 가량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차이는 차익거래순매수규모가 장 중 자동으로 집계되는 반면 매수차익 잔고는 증권사별로 개별 집계해 증권 선물 거래소에서 합산, 발표되므로 생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매도창구와 매수창구 불일치나 잔고 정정, 또는 일부 펀드들이 매매주문이나 신고를 정확히 하지 않고 있어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유가 뭐든 이처럼 발표되는 자금 규모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며 일별로 집계되는 매수차익잔고를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는 발표되는 것보다 더 큰 규모의 매수차익잔고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이처럼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매수차익잔고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지만, 그 실제 영향력에 비해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파생상품 시장 담당 연구원은 “옵션 만기까지 기다렸다 청산하려는 물량은 6월 만기 이후 들어온 3~4조원의 물량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며 “현재 있는 물량들은 베이시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점에서 들어온 자금들이기 때문에 현재 2.2포인트 정도인 베이시스가 1.7포인트 이하 정도로만 내려가도 잔고 청산 물량이 일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일반적으로 매수 차익 잔고 물량 중 1조원 이상만 시중에 쏟아져도 코스피는 2포인트 이상 떨어지는데, 현재 매수 차익 잔고는 다른 기간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라 그 중 일부만 풀린다 해도 증시 영향력이 작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며 “하지만 프로그램 매매 잔고라는 자금의 특성상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갖지는 못하므로 일시적 하락을 유발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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