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두바이유가 WTI보다 비싼 이유

머니투데이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7.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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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가 싸다는 생각은 버려라

가공하는 데 돈이 덜 들어가는 재료는 비싸고, 가공하는 비용이 더 들어가는 재료는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공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하는 재료가 전자보다 더 비싸다면 어떨까.

대체재로 교체하기가 쉽다면 모르겠지만 교체해 수입하기도 어렵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들여와야만 한다.



지금 국제유가의 시세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주(25일) 종가 기준(현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122.46달러, 북해산 브랜트유는 123.72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122.6달러다. 가격 반영이 하루 이틀 늦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현재 시점만 놓고 보자면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상승세를 봐도 두바이유의 강세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3월 3일 종가를 기준으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102.45달러, 북해산 브랜트유는 100.83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94.87달러로 일괄된 가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이달 25일까지 WTI는 19.53%, 브랜트유는 22.7%, 두바이유는 29.22% 상승하며 WTI에 비해 두바이유의 상승률이 10%p 가까이 높았다.



이렇게 두바이유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 1, 2차 오일쇼크 때도 변하지 않던 국제유가의 시세가 역전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가격차이가 좁혀진 적은 있지만 올해 초 유가의 가파른 강세가 시작되기 전까지 5~7달러 차이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유종 간 가격차이가 줄어든 것일까.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은 “과거 WTI의 가격을 보고 두바이유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였으나 이제는 WTI의 가격 대표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유황 함유량 등 정제마진을 고려해 가격 차이를 보였지만, 최근 1~2년 사이 질적인 차이보다는 원유를 확보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즉, 정제비용에 따른 마진율보다는 국제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원유확보 경쟁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오승구 수석연구원은 이 때문에 앞으로도 두바이유 가격은 WTI나 브랜트유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리나라는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08년 1∼5월 사이 원유수입액은 총수입의 20%였고, 원유 수입 규모로는 세계 5위까지 올라(?)섰다. 원유 전량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다 두바이유가 거침없이 오른다고 해도 원유 수입창구를 다변화할 수도 없는 처지다. 아프리카, 중남미, 러시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운송비와 안전 상의 이유 등을 고려할 때 두바이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에너지 절약’뿐이다. 두바이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가파른 상승세 속에 더 많은 상대비용이 지출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두바이유 가격이 WTI나 브랜트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WTI나 브랜트유를 주로 수입하는 국가보다 상대비용이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마치 휘발유보다 경유 값이 더 많이 올라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이 더 커진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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