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의 산 증인 KKR, 상장 의미는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8.07.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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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 M&A 선두주자에서 신용위기 철퇴
-지난 1년간 천국에서 지옥..연내 IPO 계획 카드
-성공적 상장은 금융시장에 긍정적 시그널


'신용위기에 철저히 망가진 거물 사모펀드가 상장이라는 관문을 넘어선다면 금융시장 정상화의 봄은 온 것이다'



21세기 인수합병(M&A)시장의 진수로 불리는 '바이아웃'을 대표했던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올해 안에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미언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용경색의 산 증인 KKR, 상장 의미는


◇KKR, 월가 스타에서 신용경색으로 돌연 위기 몰려
KKR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사상최대의 바이아웃을 성사시키는 등 공격적인 차입과 레버리지를 통해 월가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받았다. 블랙스톤과 더불어 M&A, 사모펀드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스타였다.

그러나 지난 여름 신용경색이 터지면서 KKR은 사상누각처럼 무너졌다. 자회사인 KKR 파이낸셜이 대규모 채권투자에 나섰으나 막대한 손실을 입고 모기업까지 위기에 빠진 것이다.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마르면서 차입에 의존해 M&A 등을 즐겼던 KKR 역시 감당하기 힘든 역공을 받았다.



돈을 빌리기는 어려웠고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투자자들의 성화가 대단했다. 상장을 통해 대박을 눈앞에 뒀던 KKR의 창업자 헨리 크라비스 회장과 임직원들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다.

◇KKR 상장, 절박함+자신감
그러던 KKR이 연내 상장한다는 소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가는 내년 예상 순익(12억달러)의 10~12배 수준으로, 이에 따라 총 기업공개 규모는 120~150억달러로 추산된다.

KKR의 이 같은 결정은 주요 수입원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상장했던 사모펀드 블랙스톤도 신용 위기 영향 등으로 현재 주가(17.01달러)가 공모가(31달러) 대비 반토막난 상황이다.


KKR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정도로 자금조달이 절박하다면서 한편으로 신용위기의 정점이 지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M&A시장에서 돈을 버는 KKR이 신용위기의 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기로 결정했고 이를 자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경색 파고와 함께한 KKR, 올3월 최대 고비 넘겨
지난해 2월 KKR은 텍사스 퍼시픽 그룹과 손을 잡고 미 최대 전력회사인 TXU를 450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경쟁사인 블랙스톤그룹이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즈 트러스트(EOP)를 인수했을 당시 기록했던 390억달러를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이었다.



곧바로 4월에는 세계 최대 신용카드 정보처리업체인 퍼스트데이터를 290억달러(주당 34달러)에 인수한다. 시장가보다 26%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공격적 결정이었다. 이를 위해 농협에서도 상당한 자금을 빌렸다.
이여세로 몰아 7월 IPO를 공식화했다. 1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절대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를 통해 1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바로 이시기 1차 신용경색이 폭발했다. 시중에 넘치던 돈들이 갑자기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KKR은 신용경색을 보고 물러서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달랐다. 채권투자가 많았던 KKR 홀딩스를 주목했다. 이를 의식해 KKR은 곧바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신용경색에 IPO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급기야 KKR 홀딩스의 주택담보증권(MBS) 투자가 예상보다 많은 사실이 알려지며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홀딩스는 지난해에만 3억달러 가까운 상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신용경색 공포가 다시 거세지면서 KKR은 수십억달러의 기업어음(CP)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기하기에 이른다. 2월의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용경색 공포가 한층 커졌다.

◇IPO 성공하면 금융시장에 긍정적



KKR은 채권단에 담보로 받은 자산을 넘겨주는 한편 자사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충하기로 약속했다. 중대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베어스턴스 매각이 이뤄지고난 4월초였다.
IPO를 공식화한지 일년이 지난 2008년7월, KKR은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패니매 구제금융이 단행됐고, 주택시장지원법안이 통과된 시점에서 상장이라는 승부수를 뽑아든 셈이다. 그 시기도 연내로 구체화했다.

지난 1년간 KKR은 신용경색과 정확히 함께했다. 금융시장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모펀드이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KKR이 IPO에 성공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신용경색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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