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의 '선택과 집중' PB· IB ·자산운용에 초점 맞춰 해외시장 공략
웰스파고의 '좋을수록 커진다' 교차판매 등 최우선 상품판매로 차별화
은행권이 글로벌 경영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포화 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은행권의 해외 진출은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은행인 HSBC는 우선 신규사업과 신흥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 후 금융시스템의 적합 여부, 경영진과 직원 화합에 중점을 둔 인수대상 선별기준을 엄격히 지켰다.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HSBC만의 강점이다.
760만 인구의 소국 스위스를 금융강국으로 만든 UBS는 전략적 사업모델을 갖췄다. 스위스 금융업의 전통적인 강점인 프리이빗뱅킹(PB)에 투자은행(IB)을 접목하고, 여기에 자산운용사업부를 둔 형태다.
이렇게 세 분야가 하나로 어우러진 '하나의 회사'(One Firm)를 표방하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예컨대 IB업무를 주관하면 공모주나 증자기업의 주식, 회사채 등 부속 금융상품을 PB고객에게 우선 제공한다. 역으로 PB사업도 IB에 도움이 된다. PB고객 중 대기업 대주주나 CEO가 많아 이 네트워크를 통해 IB시장을 발굴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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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의 글로벌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UBS의 현재 자산은 90% 이상이 스위스 이외 지역에 분포한다. 애당초 PB, IB,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춰 해외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소매금융은 오로지 스위스에서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영국과 미국 등 대형 금융사를 시의적절하게 인수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소매금융에 특화된 스페인의 대표은행 산탄데르는 글로벌 M&A와 전략적 제휴를 성장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2002년 세르핀 인수를 위해 멕시코 BOA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세르핀 지분 24.9%를 멕시코 BOA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경영의 핵심지역은 주로 지역·역사·언어적 유사성이 라틴아메리카다. 지역과 그룹의 강점인 소매금융에 특화됐다. 산탄데르가 2002년 멕시코의 라틴아메리카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국내은행의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 웰스파고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민자를 위한 최초의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2년 '영사증명서'(마트리쿨라 콘술라르) 프로그램을 미국은행 중 처음 시작했다. 정식 서류가 없는 이민자들에게 자국 영사관에서 발급한 ID카드만으로 계좌를 열어줬다. 현재는 씨티그룹 등 100여개 은행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클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을수록 커진다"는 웰스파고의 경영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수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꿔 말하면 고객에게 질적 우선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품을 통한 차별화가 아닌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고객에게 한번에 하나의 상품을 권하지 않고 고객의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한번에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교차판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웰스파고는 "성장의 80%는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해 발생했다"는 그들만의 성장의 원칙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