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투자, 지금이 늘릴 기회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2008.08.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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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투자학

올 들어 '국내펀드 편향 현상(home equity bias)'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투자 자금이 해외펀드로 나갔던 것이 올 들어서는 국내펀드로 몰리고 있다. 이는 주요 해외투자처였던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로 떨어진 데 비해 국내 주식펀드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해외보다 국내펀드에 투자하는 편을 더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국내펀드 편향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장기적인 자산배분 차원에서 지금보다 해외펀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자산운용 전략이다.
 
해외펀드 투자, 지금이 늘릴 기회다


자산운용협회와 우리투자증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까지만 해도 해외주식형펀드의 월평균 유입액이 3조7000억원, 국내주식형펀드는 2조2000억원으로 해외주식형이 월평균 1조5000억원 씩 많이 늘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러한 현상은 완전히 뒤집어 졌다. 해외주식형이 월평균 3300억원, 국내주식형은 1조2000억원으로 국내주식형이 해외주식형보다 3.5배나 많았다. 이에 따라 전체 주식형펀드 중 해외펀드의 비중 역시 작년 말 42.87%에서 42.07%로 줄어든 데 반해 국내펀드는 57.13%에서 57.93%로 증가했다. 이러한 자금흐름의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 급락에 있다. 수익률 하락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펀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라고 해서 모두 해외펀드보다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경색이 '국내펀드 편향'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7월23일 현재 국내 주식형(주식 60%이상 액티브형)펀드의 연초대비 평균 수익률은 -18.3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주식펀드 -25.46%, 인도주식펀드 -34.78%보다 높은 성과이지만 브릭스펀드(-12.09%)나 글로벌이머징주식펀드(-12.85%)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 브라질주식펀드나 아시아태평양투자주식펀드(일본제외)는 각각 0.36%, 6.82%로 '플러스'의 돋보이는 성과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자기 나라 밖의 자산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첫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국내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 되면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까지 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국내와 해외 기업간의 정보차이는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유명 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의 하이얼 전자제품이나 인도의 타타 자동차 등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만큼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해외펀드 투자는 외국통화로 거래가 이뤄지므로 통화가치의 변동에 따른 부가적인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즉 경우에 따라 펀드에서는 이익이 났는데 환율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해외펀드가 환차손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환율변동이 해외펀드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돈의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성장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해외펀드 수익률이 환율 위험을 충분히 상쇄하게 된다. 만일 단기적인 환율 변동 위험 때문에 해외펀드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최근 정부가 환율상승의 주범으로 해외펀드를 지적하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조치의 조기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국내외적인 경제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다 보니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다면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부(富)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개인으로 치자면 현재 생활이 쪼들린다고 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을 줄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해외펀드 투자가 필요한 것은 첫째, 좁은 땅덩어리에 변변치 않은 자원 하나 없는 우리 나라가 향후 펼쳐질 세계 경제의 새로운 발전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상대적으로 싼 노동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왔다면 이제부터는 고도화된 지식과 함께 그동안 축적한 자본 등으로 또 다른 단계의 경제발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고령화 성숙단계로 진입한 국내에 비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가파른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자원이 많은 브라질과 러시아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이 국내에 없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해외펀드 투자가 필수인 것이다.
 
둘째, 투자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분산투자에 있다. 국내펀드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펀드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제 아무리 여러 스타일의 펀드로 나눠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국내펀드에만 몰려 있다면 상당한 투자위험을 낮추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발생할 수 있는 국가위험(Country risk)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고루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인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전체 가계 자산에서 해외펀드 투자 비중은 '손톱'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은 미국 영국 등이 50%를 상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이 86%에 이르고 있다. 15%에 불과한 금융자산마저도 이중 40% 이상이 현금이나 예금 등이며 펀드는 9.8%에 그친다. 결국 펀드 전체에서 해외펀드 비중이 22.51%이므로 전체 가계자산 중 해외펀드 비중은 0.33% (=15%*9.8%*22.51%)로 추산할 수 있다. 가계 금융자산 내에서만 보더라도 해외펀드 비중은 2.21%(=9.8%*22.5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해외펀드 투자는 얼만큼 해야 할까? 모건스탠리 전세계 주가지수의 시장 자본 총액 중 우리나라의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또 전세계 국가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65% 수준으로 2%가 채 안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치고는 자본시장이 영세한 수준이다. 금융이론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분산투자 방법은 시장가치에 비중을 두어 각 나라별로 가장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지침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투자자산의 90% 이상을 외국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어디까지나 금융 이론이라고 치더라도 결국 효율적인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펀드 투자는 앞으로도 한참을 늘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주가 폭락으로 가격까지 떨어졌으니 지금이야 말로 해외펀드 투자를 늘릴 좋은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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