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매수차익잔액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7.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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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차익잔액-프로그램 차익거래잔액 어긋나는 기현상 논란

최근 코스피시장에서 매수차익잔액과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 현황과 어긋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매수 주체가 실종된 가운데 최근 코스피시장은 기관 프로그램 순매수에 의존해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 프로그램 매수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왜곡이 일어나 주목받고 있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기관이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가격차를 이용해 위험이 없는 거래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매수차익거래는 지수선물시장의 베이시스가 높아져 현물시장(코스피시장)의 가격매력도가 높아질 경우 기계(프로그램)가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위험을 헤지하는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차익거래 계좌를 통해 현물과 선물을 헤지하게 된다. 매수차익잔액은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산 차이를 금액으로 집계한 것이다.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가 늘고 줄면 매수차익잔액도 같은 금액으로 늘고 줄어야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웬일인지 이런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지난 24일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는 374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발표된 매수차익잔액은 1342억원으로 2400억원의 차이가 났다. 앞선 23일의 차이도 차익거래가 1421억원 많았다. 22일에는 오히려 매수차익잔액이 1506억원 더 많았다. 21일에는 반대로 또다시 매수차익잔액이 1687억원 우세했다.

날마다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들쭉날쭉하게 차이를 보인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같은 어긋남의 원인으로 증권사들이 정확히 잔액집계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A증권사가 프로그램 차익잔액 계좌를 통해 매수차익거래를 시도해 선물은 팔고 현물을 사는 거래를 했다. 하지만 당일 증시가 현물시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자신들이 설정한 매수차익계좌가 아닌 B증권사 계좌를 통해 현물매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증권사가 B증권사를 통해 팔아치운 주식은 매수차익에 관련된 계좌로 잡히지 않고 일반 매도로 집계돼 장중 차익거래의 왜곡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각 증권사는 장이 마감되면 정확한 일일 매수차익거래를 증권선물거래소에 알리게 돼 있다. 증권거래소는 각 증권사들이 보내온 자료를 수작업으로 정산해 다음날 아침 매수차익잔액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전날 장중에는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가 급격히 늘어나지만 다음날 오전 매수차익잔액은 수천억원 이상 줄어들어 있는 기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증권거래소측 설명이다.

쉽게 말해 매수차익거래를 위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살 때는 기계(프로그램)가 실시했는데, 팔 때는 사람이 다른 증권사 계좌를 통해 판다. 따라서 장중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늘어가는 것으로 집계되고, 실제로는 매수차익거래를 위한 계좌는 선물매도분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 대해 반박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거래소 발표는 이해가 되지만 A증권사가 왜 장중에 매수차익잔액 거래를 통하지 않고 다른 증권사인 B를 통해 현물 매도주문을 내는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여기에는 시장을 교란시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선물거래소의 관계자는 "최근 들어 특히 차익거래 순매수와 매수차익잔액이 어긋나는 것은 몇몇 증권사가 대량으로 이같은 일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며 "선물과 옵션이 맞물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만 알지 정확히 어떤 의도에서 그렇게 하는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감시본부에서 최근 이런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선물옵션 담당 연구원은 거래소측에도 일정부분 잘못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장이 끝난 뒤 거래소에 일일정산시 보내는 차익거래 현황을 '대충' 적어보내도 거래소 측에서는 별다른 딴지를 걸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며 "거래소측의 허술한 태도가 증권통계에서 중요한 지위를 지닌 프로그램 매수ㆍ매도가 '엉터리'라는 인식을 심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어 "어떤 기관이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전략을 쓰는 지는 모르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매수차익잔액은 최근 8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만약 옵션이나 동시만기일에 청산이 일어나 쌓인 매수차익잔액이 터지면 증시는 홍수처럼 터지는 코스피시장의 매도세에 지수가 휘청거릴 우려가 상존한다.

매수차익잔액의 맹점을 노리고 투기적 전략을 짜는 기관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일벌백계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거래소도 투명하고 공정한 통계작업에 힘쓸 필요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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