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꿈은 사라지고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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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1450∼1650의 지루한 박스권 가능성

미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서며 1주일간의 상승분을 단 하루에 반납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지난 9일 이후 다시 2%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6월 기존주택판매건수가 10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주택경기 악몽이 되살아났다.
주택경기가 호전되지 못한다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조치 승인으로 가닥을 잡는 듯 했던 모기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신용위기가 재발하는 등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다시 작동하게 된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최근 낙폭과다에 대한 반발로 급등을 거듭하던 금융업종이 몰락했다.
씨티(-9.8%), BOA(-8.4%), AIG(-8.9%), JP모간(-6.7%), 아메리칸익스프레스(-7.5%) 등 다우30 종목에 속한 금융주가 급락했다.
메릴린치(-14.1%), 리먼브러더스(-12.2%), 와코비아(-11.1%), 워싱톤뮤추얼(-13.3%), 패니매(-19.9%), 프레디맥(-18.4%)은 두자릿수 퍼센트로 떨어졌고, 모간스탠리(-4.8%), 골드만삭스(-4.1%), 웰스파고(-4.3%) 등 상처를 받지 않은 금융주가 없었다.

알코아(-4.4%), 보잉(-6.3%), 캐터필러(-3.7%), GE(-2.1%), 홈데포(-4.0%) 등 업종을 불문한 하락세 속에 GM은 11.1%나 추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이틀만에 또 다시 4%대 낙폭을 기록했다. 335대로 주저앉으며 지난 3월17일 기록한 연저점(332.11)을 위협했다.

인텔(-2.8%),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2.4%), 마이크로소프트(-3.8%) 등 기술주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7월 기업신뢰도(Ifo) 지수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하인 97.5를 기록하며 유로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나타냈다.


전날 전기전자업종이 3.84%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가 단기 골든크로스까지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베어마켓 랠리의 끝이었다는 결론이 이렇게 빨리 내려질줄은 몰랐다.

이제 코스피지수는 또 다시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의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전날 4.6%나 급등하면서 코스피 상승분의 1/4을 담당했던 시총1위 대장주가 다시 무너진다면 장세 기대감은 일순간에 소멸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삼성전자를 매도하던 외국인이 20거래일만에 580억원을 순매수한 것이 이날 예정된 실적발표와 자사주 매입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면 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게 당연지사다.

외국인이 33일간의 주식순매도 행진을 펼치면서 전기전자 업종에 2조9120억원의 매물을 퍼부었던 것이 끝이 아니라면 이날 삼성전자 실적발표가 코스피 추가상승이 아닌 하락세 재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수 기여도가 크고 외국인의 주력 매도 종목이었던 삼성전자가 향후 장세를 전망하는데 있어 중요한 시그널을 제공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두달간 낙폭의 1/3을 회복하면서 추가상승 가능성을 타진하던 마당에 신용위기가 재점화되고 국제유가(WTI) 상승세가 재개된다면 1500선을 바닥으로 봤던 확신이 흔들릴 수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경기하강이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결합된다면 국내 증시는 과거와 유사한 조정폭, 즉 고점대비 50% 정도의 깊은 조정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서 "고점대비 28% 정도 이뤄진 현재까지의 조정은 절반의 조정으로서 아직도 먼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승하던 미증시가 하루 급락한 정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또 다시 1500선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낙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1500선은 대세를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요충지이고 온갖 악재에 의해서 지지강도를 검증받았기 때문에 WTI가 150달러를 돌파하는 것과 같은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바닥론이 유효하다고 보는 게 대세다.



하지만 1500선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이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엔진이 필요한데 미국 대선까지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는 1450∼1650 정도의 박스권을 맴도는 장세가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문제는 긴 횡보국면이 끝난 뒤 주가가 상승세로 방향을 잡는 게 아니라 1200∼1450으로 한 단계 레벨을 낮출 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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