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이 마냥 반갑지만 않은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25 09:10
글자크기

전세계 경기침체 전주곡 우려…강달러 유발 수입물가 상승도

유가가 연일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고점을 쳤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당장 기름값 등 물가 부담이 줄고 금리인상과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걱정도 덜어진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보면 유가하락이 경제에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유가급락이 전세계적 경기침체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3.98달러(3.1%) 떨어진 124.44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125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7주만에 처음이다.

이달초 146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단숨에 20달러 이상 밀린 셈이다. 종전에 주류를 이루던 "유가가 조만간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던 전망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유가의 대세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에는 투기적 수요의 위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기초여건(펀더멘털) 관점에서 하락할 이유는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전문 예측기관인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은 올 4분기 중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9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의 추세적 하락을 예상하는 쪽의 주된 근거는 미국의 원유 소비 감소와 중국의 원유 소비 증가세 둔화다. 세계 최대 원유소비국인 미국의 지난 상반기 원유 소비량은 지난해에 비해 하루 평균 66만배럴 줄었다.

석유시장의 '블랙홀' 노릇을 해온 중국의 전년대비 원유 소비량 증가분도 1분기 중 52만배럴에서 2분기 33만배럴로 크게 둔화됐다. 또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고정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문제는 유가하락을 신호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약세장 예측 전문가로 유명한 마크 파버는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그 근거로 "세계 경제가 확장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원유 선물시장에서 빠져나온 투기성 자본들이 금시장 뿐 아니라 달러화 자산으로 몰릴 경우 강달러 추세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우려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전체적으로는 경제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유가하락은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는 뜻일 수 있는 만큼 경기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유가 등 물가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수요위축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닥쳐올 경기침체기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