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가 도입되면 시장에 여러 폐해를 낳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선물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현·선물가격의 차이(갭)을 메워주는 가격균형 역할이 약해질 전망이다. 현물가격 형성에도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래세 부과로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 애초 세수 확보라는 성과도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 현실과 기능을 무시한 '탁상공론식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경하 대우증권 주식워런트증권(ELW) 운용부장은 "파생상품에 새롭게 과세한다는 건 시대 역행적인 조치"라며 "투기거래를 진정시키려다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파생상품 거래세가 부과되면 증권사들은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바로 전가하게 돼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며 "현재 리스크 헤지 주요 수단이 파생상품이어서 펀드 운용 수수료 등 모든 상품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도 "펀드가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이득 수준은 큰 게 아닌데 여 기에 세금까지 부과되면 차익거래하는 입장에선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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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확한 세율에 따라 운용전략을 변경하겠지만 차익거래 갭을 키우기 위해 운용과정이 복잡해 지고 비용이 늘어나는 건 분명하다"며 "이렇게 되면 파생상품 투자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회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제껏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성장하고 외국사가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도 거래세가 없던 영향이 컸다"며 "당장 거래세가 부과된다면 거래가 줄면서 투자자들이 유동성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고 거래를 기피하면서 주식옵션처럼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홍콩은 오히려 유동성공급자(LP)의 시장 조성을 위해 주식 매매시 거래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게다가 파생상품에 거래세까지 부과하면 LP들마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 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면 현물시장 헤지가 힘들어 그 부정적 영향이 현물시장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200선물·옵션은 규모면에서는 크지만 그 외에 KTB선물, 미국달러선물, 개별주식선물 등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더 접근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선물·옵션시장의 일평균거래량은 1135만계약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564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코스피200선물·옵션의 일평균거래량이 1127만 계약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옵션1위, 선물 4~5위로 양적인 면에서는 성장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질적인 측면과 성숙도면에서는 여전히 많이 뒤쳐져있다"며 "최근 새로 도입되는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에 거래세가 도입된다면 투자자들의 외면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