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CEO '외줄타기', 산은 민영화 "걱정"](https://orgthumb.mt.co.kr/06/2008/07/2008072411111967493_1.jpg)
권 사장은 요즘도 신문 지상에 자주 거론되는 'KIKO(Knock-In Knock-Out)' 이야기만 들으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의 통화옵션상품인 'KIKO'에 가입했지만 반대로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엄청난 환 손실을 보고 있다.
'KIKO'는 계약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어 손실을 보지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환율이 오르면 반대로 계약환율로 달러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때 가입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권 사장은 “아마 엄청난 손실을 입어 부도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747 공약’을 보면서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 가입하지 않았죠." 다행히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그 주변의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들은 KIKO 때문에 손실 본 곳이 많다.
이제는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매출을 1000억원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할 때다. 영업을 확대해야 하고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R&D 투자도 늘렸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집에 들어가는 날이 더 줄었다. 해외 출장이 많기도 하지만 천안 공장에서 지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한 달 동안 서울 집에서 자는 날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작년에는 연구원 세 명이 쓰러졌다. 그나마 올해는 R&D 인력을 30명 정도 늘려 상황이 낫다. 다행히 최근에는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에서 나온 우수 인재들이 많은 편이다.
'자금' 문제는 항상 걱정거리이다. "원자재를 받으면 바로 결제를 해 줘야 하지만 새로 고객을 발굴해 매출을 일으키면 1년 후에나 자금이 들어옵니다. 영업을 확대하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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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대출을 요청하면 이게 적자가 나서 고정비를 커버할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매출이 늘어나 운영자금이 필요한지를 은행이 볼 줄 모른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자금 순환을 생각하다 보니 영업 파트에서 더 팔려고 해도 가끔은 말려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나마 중소기업을 배려하던 국책은행들까지 민영화한다고 하니 앞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산전수전 다 겪어 그나마 자금 순환에 노하우가 있지만 업력이 얼마 안되는 회사들은 흑자도산할 겁니다."
그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둔화된다지만 자원 부국들은 오히려 각종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짜피 국내 한 두개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10% 이익을 남기면 다음해에 곧바로 10%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습니다. 그러니 투자를 못하고 경쟁력은 악화됩니다. 그런 악순환의 반복이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입니다."
그는 새로운 시장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부국들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원 부국들이 필요한 제품들을 사다 썼지만 지금은 공장을 만들고 인프라를 깔고 있습니다." 그는 10월에도 멕시코와 브라질 기업들을 만나기 위해 또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