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CEO '외줄타기', 산은 민영화 "걱정"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7.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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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당신은…<2> 중견기업 CEO]

中企CEO '외줄타기', 산은 민영화 "걱정"


중소기업 CEO들은 자신들이 삶을 아슬아슬 외줄타는 인생이라고 말하곤 한다. 권순도 미래산업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권 사장은 요즘도 신문 지상에 자주 거론되는 'KIKO(Knock-In Knock-Out)' 이야기만 들으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의 통화옵션상품인 'KIKO'에 가입했지만 반대로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엄청난 환 손실을 보고 있다.

'KIKO'는 계약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어 손실을 보지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환율이 오르면 반대로 계약환율로 달러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품이다.



권 사장도 올 초 은행의 'KIKO' 가입 권유를 받았다. 은행들은 대기업이나 주요 연구기관들이 모두 900원 안팎의 환율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 상품에 가입하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때 가입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권 사장은 “아마 엄청난 손실을 입어 부도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747 공약’을 보면서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 가입하지 않았죠." 다행히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그 주변의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들은 KIKO 때문에 손실 본 곳이 많다.



권 사장이 이끌고 있는 '미래산업'은 25년 된 중견기업이다. 반도체 검사장비와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장비를 생산한다. 1년 매출액은 800억원 안팎이다. 2006년 13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제는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매출을 1000억원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할 때다. 영업을 확대해야 하고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R&D 투자도 늘렸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집에 들어가는 날이 더 줄었다. 해외 출장이 많기도 하지만 천안 공장에서 지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한 달 동안 서울 집에서 자는 날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작년에는 연구원 세 명이 쓰러졌다. 그나마 올해는 R&D 인력을 30명 정도 늘려 상황이 낫다. 다행히 최근에는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에서 나온 우수 인재들이 많은 편이다.

'자금' 문제는 항상 걱정거리이다. "원자재를 받으면 바로 결제를 해 줘야 하지만 새로 고객을 발굴해 매출을 일으키면 1년 후에나 자금이 들어옵니다. 영업을 확대하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 주지 않습니다."


"기업이 대출을 요청하면 이게 적자가 나서 고정비를 커버할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매출이 늘어나 운영자금이 필요한지를 은행이 볼 줄 모른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자금 순환을 생각하다 보니 영업 파트에서 더 팔려고 해도 가끔은 말려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나마 중소기업을 배려하던 국책은행들까지 민영화한다고 하니 앞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산전수전 다 겪어 그나마 자금 순환에 노하우가 있지만 업력이 얼마 안되는 회사들은 흑자도산할 겁니다."

그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둔화된다지만 자원 부국들은 오히려 각종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짜피 국내 한 두개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10% 이익을 남기면 다음해에 곧바로 10%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습니다. 그러니 투자를 못하고 경쟁력은 악화됩니다. 그런 악순환의 반복이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입니다."

그는 새로운 시장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부국들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원 부국들이 필요한 제품들을 사다 썼지만 지금은 공장을 만들고 인프라를 깔고 있습니다." 그는 10월에도 멕시코와 브라질 기업들을 만나기 위해 또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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