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계속되는 '엇박자'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김지민 기자 2008.07.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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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파견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이 엇박자를 내며 혼란에 빠졌다. 당청간 엇박자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당 대표와 대변인간 말이 엇갈리는 등 혼선 그 자체다.

일각에선 중요 정책이 내부 조율 없이 발표되는 데 따른 반감이 커지는 한편 당청 조율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북 특사 '헛갈리는 진실' = 대북 특사 논란의 발단은 지난 23일 진행된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의 브리핑. 이날 브리핑 내용의 핵심은 "박희태 대표가 이번주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건의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한발 더 나가 대북 특사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거론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곧바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춘추관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 이 대통령은 "현재 시점에서는 북한도 특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레 '대북 특사' 카드를 꺼냈던 당의 입장은 머쓱해졌다. 이 정도였으면 당청 '엇박자' 정도로 끝날 사안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 내부에서도 말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증폭됐다.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낸 장본인으로 여겨졌던 박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아이디어 차원으로 들었을 뿐"이라며 선을 긋고 나선 것.

차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내용을 구체적 확인 없이 전달한 데 따른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대북 특사' 카드를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차 대변인은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해 특사를 필요하다"면서 "시점이 문제일 뿐"이라고말했다.


◇당청 '엇박자' = 대북 특사 논란은 여권내 현 주소를 보여주는 한 예다. 우선 당청간 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북 특사'처럼 중대한 사안이 사전 조율없이 제안됐다는 점이 그렇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간 주례 회동 문제가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북특사 문제 제기에 대한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부족을 계기로 당 대표 최고위원과 청와대간의 주례회동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고 밝혔다.

전임 강재섭 대표 시절에는 이 대통령과 강 대표간에 2주에 한 번꼴로 정례회동이 있었으나 박 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들과 함께 한 청와대 오찬 회동 외에는 아직 공개적 정례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내 '엇박자' = 당청간 문제 외에 당내부 조율이 미흡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 대표와 당 대변인 사이에 말이 다른 것은 물론 최고위원들도 그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대북특사 문제가 상당히 부각됐지만, 당에서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즉각 대통령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집권 여당으로서 충분한 협의 후 이런 아이디어가 건의되는 게 국민에 안정적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와관련 다음주부터 신설되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등을 통해 당내 의견 조율을 풍부히 하겠다는 게 당의 방침이다. 다만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정몽준 최고위원은 고위당정협의에서 배제되고 있는 데 따른 반발로 최고위원회의에 계속 불참하고 있는 상황.

여권 한 인사는 "2등 최고위원이 정책 배제에 항의하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여타 비주류 의원들도 개별 정책에 있어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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