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점점 더 쪼그라든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07.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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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에 비과세 혜택 폐지…"균형화 과정"의견도

전체 자산 가운데 4분의 3 이상을 중국 주식과 해외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31)는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손실만 늘고 있는 데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도 없어질 것으로 보여 일부 펀드를 정리할 계획이기 때문. 그나마 누리고 있는 환차익도 세금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해외펀드는 당분간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외펀드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원자재 펀드 등 일부를 제외하고 해외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게다가 연내 해외펀드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폐지될 예정이어서 해외펀드 환매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해외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59조9532억원으로 60조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5월 6일 6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초 60조9851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지 불과 20일 만이다.

이달 들어 1일을 제외하고 21일까지 14거래일 연속 누적 환매금액은 1조5459억원에 달한다. 신규 설정액을 포함한 실질 자금 유출액은 91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제껏 해외펀드는 중국을 필두로 한 이머징 증시 활황과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해외펀드 점점 더 쪼그라든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해외주식형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53조2099억원으로 전체 주식형펀드의 44%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펀드는 35.42%로 가장 많고 신흥국펀드가 27.82%에 달한다. 뒤를 잇는 다른 유형 펀드의 비중은 한 자리수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해외-중국 및 이머징'으로 크게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펀드 시장이 지나치게 이머징시장으로 편향됐던 게 사실"이라며 "이들 증시에서 거품이 빠지듯이 국내 펀드 시장도 고통스럽지만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환매도 그동안 몸집을 불려왔던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펀드로 6330원이 순유입됐지만 5, 6월에 940억원으로 둔화되더니 7월 들어 2070억원이 순유출됐다. 브릭스펀드도 4월 1650억원에 이르던 유입세가 점점 줄면서 7월 2100억원이 빠져나갔다.

손실만 커져가는 가운데 연내 해외펀드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 해외펀드 환매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선 비과세 혜택이 큰 의미가 없어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 투자를 계획했거나 금융자산 소득이 많은 이들은 폐지가 가시화되면 환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 가운데는 해외펀드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를 해외펀드 전체 수익에 대한 비과세로 오해하고 적극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인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해외펀드 규모가 줄어들면서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아 자산운용협회 실장은 "해외펀드 시장이 컸던 것은 그동안 해외증시가 활황이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운용사들로선 마케팅에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비중에 따라 운용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펀드 비중이 높은 운용사들은 해외펀드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반기고 있다. 지난해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달러 밀어내기 목적에서 시행된 만큼 단기 외채가 쌓이는 상황에서 충분히 조기 철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국제적으로 2009년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를 조기 중단한다는 것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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