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펀드에도 '신상' 바람 불까요?"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08.07.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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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상'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신상품의 줄임말이기도 한데요, 새로 나온 제품이면 무조건 구입하는 요즘 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유행어가 됐죠.

근데, 이 '신상'이라는 말이 펀드업계에선 남에 얘기처럼 들립니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자산운용사 한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펀드를 개발해도 판매할 곳이 없다며 하소연을 했는데요, 요즘 펀드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 신규 가입자들이 뜸해지다보니 판매사들이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길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은 아주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유가,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해외 주식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인데요, 국내외 주식시장이 극심한 조정에 빠지면서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데요, 특히 많지 않은 월급을 쪼게 펀드에 넣고 있는 샐러리맨들은 어느덧 반 토막 난 자신의 펀드를 바라보며 한숨만 짓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금리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 저축상품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펀드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신상품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인데요,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매월 60개의 새로운 주식형펀드가 선을 보였는데, 지난 6월에는 40여개로 떨어지더니 이달 들어선 고작 15개가 출시됐습니다.

물론 펀드의 경우 판매되지 않는다고 해서 재고로 남는 일은 없습니다만, 판매사 입장에선 펀드를 판매키로 결정하면 그때부터는 자존심 싸움에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보니 판매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가령 1000여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이 판매망이 열악한 은행보다 펀드를 적게 판매한다면 모양새가 우스워 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면 판매사에 문의해 항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요즘처럼 펀드를 판매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굳이 푼돈(?) 좀 벌겠다고 신상품을 판매했다 자칫 문제라도 발생하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상품 판매를 꺼리기도 합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설정해야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하고 판매사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데요, 펀드시장이 한창 좋을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다 막상 불황이 닥치면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판매사들의 모습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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