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멍석과 법정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08.07.22 09:19
글자크기
'멍석'은 짚으로 만든 새끼줄을 엮어 만든 자리를 말한다. 우리네 생활에서 워낙 널리 사용되다 보니 '멍석'이 속담이 주변에 꽤나 많다.

[기자수첩]멍석과 법정


우선 '앉을자리를 보고 멍석을 깔아라.' '삼성사건' 선고공판이 있은 후 이 사건 심리를 담당한 민병훈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와 조준웅 삼성특별검사는 잇따라 기자들과 만나 뜨거운 장외공방전을 펼쳤다. 법정에서의 공방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사건의 핵심법리를 놓고 양측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기소를 잘못한 것" "기본을 모르는" "자질이 의심스러운"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오갔다. 당사자 입장에서 재판결과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 다만 공방이 벌어진 곳이 법정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던 짓도 멍석 깔면 안한다.' 정작 특검은 사건 심리가 진행된 내내 법정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재판부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거래에 대해 증거조사를 요청한 것에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비켜섰고, 양형에 대한 증인을 채택하라는 재판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아지에게 메주멍석 맡긴 셈이다.' 믿지 못할 사람에게 일을 맡겨 불안한 상황을 일컫는 속담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방식을 둘러싸고 채택된 증인들에 대한 특검의 추궁은 변호인단의 변호수준에 한참 못미쳤다.

특검은 회사의 내부문서가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조작을 입증할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특검팀에 '삼성사건'을 맡긴 것이 '강아지에게 메주멍석 맡긴 셈'이다. 특검 무용론이 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준웅 특검은 지난 1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공소사실은 심리를 진행하면서 변경하는 것"이라며 1심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항소심에서 특검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