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공매도 투입자금 1조弗 넘는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7.21 11:37
글자크기

블룸버그 분석

최근 전세계적으로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공매도에 투입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21일 보도했다.

공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 매수로 전환(숏커버링)될 가능성 때문에 악재만은 아니지만 그만큼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용한 '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올해 공매도, 작년 대비 30%↑



블룸버그는 윌리엄 애크만과 짐 로저스 등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총 14억달러의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을 비롯해 하빙거캐피털파트너스가 6억6500만달러 규모의 영국 모기지 업체 HBOS 주식을 공매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회사 주식의 3.29%에 달하는 규모로, 올 들어 62% 급락한 것이 공매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라질 상파울로 소재 헤지펀드 매니저인 프란시스코 머렐러스는 브라질 대표주인 CVRD에 공매도 전략을 취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이들 기관이 발표한 매매 포지션을 취합해 공매도 규모를 추정했다.



런던의 시장 조사기관인 스파이탈필즈어드바이저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공매도 투자금은 1조40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더 많은 규모다.

지난달 뉴욕 증시에서 공매도된 주식이 전체 거래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6%로 높아졌다. 이는 의미있는 집계가 시작된 1931년 이후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조지타운대학의 제임스 앤젤 금융학 교수는 "글로벌 신용위기로 금융회사들의 손실 규모가 4470억달러에 달하고 앞으로도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공매도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 카스경영대학원의 피터 한은 "실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라면서 "숏셀링(공매도)이 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주류 투자금으로 편입되고 있으며 장기 투자자들도 공매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英 정부 공매도 대응 전략 강화



영국과 미국 정부는 공매도에 대해 나름대로의 규제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영국은 공매도 주식이 해당 주식의 0.25%를 초과할 경우 공매도를 공시하도록 했다.

미국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증권사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한시적으로 이들 종목의 공매도 자체를 금지시켰다.

최근 공매도와 관련해 현재 금융위기를 자초한 금융기관들이 추가 하락에 베팅하며 시장 패닉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 역시 커지고 있다.



영국주주협회(UKSA)의 로저 로슨은 "시장이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투기꾼들을 위한 곳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면서 "이들은 시장을 조작하면서 이익을 얻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몰락이 주가 조작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조사하던 중 패니매 등에 대한 공매도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부 숏커버링에 의한 주가 반등



지난주 금융주들의 반등은 예상 보다는 호전된 실적 덕도 있지만 공매도 포지션이 일부 정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급반등했던 종목들 대부분이 공매도 비율이 높았던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S&P500지수 금융업종이 12% 폭등했던 것도 숏커버링의 결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인도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에서 공매도 전략으로 주식 시장을 들쑤셔 놓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달 대출된 주식은 전달 대비 22% 급증한 23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 전략은 브라질증시 보베스파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 20일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증시도 글로벌 한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브라질 증시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작전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