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유가… 금리·환율 숨통 트이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2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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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I 가격, 1주일새 16.2달러 하락
- 유가안정 땐 금리동결 가능··일자리 정책 여유
- 환율 무리한 개입 안 해도 돼··경상수지도 개선


국제유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금리·환율 정책에도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 급감과 자산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가급등에 밀려 금리인상을 용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왔다. 또 경상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유가상승을 고려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려야 했다.

그러나 만약 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선다면 금리와 환율의 안정을 전제로 정상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을 펴는 것이 가능해진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28.9달러로 장을 마쳤다. 1주일새 16.2달러나 떨어진 것으로 1983년 NYMEX가 개장한 이래 최대 주간 낙폭이다.

미국의 원유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등이 유가 속락을 이끌었다. 미국에서 유가투기를 잡기 위한 투기자본 제한법의 입안이 추진된다는 소식도 한몫했다.

유가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가 22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이 "다음주말(25일)까지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가가 오를 것"이란 응답자는 7명에 그쳤고, 나머지 5명은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며 "이는 경기침체와 물가급등 사이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던 각국의 중앙은행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설 경우 통화정책에 숨 쉴 공간이 생기는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올해 중 고유가 추세가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용인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그러나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에 '고용쇼크'까지 겹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대비 14만7000명으로 15만명마저 밑돌았다. 4개월째 20만명조차 못 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최근 고용부진의 배경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경기침체 때문에 줄어든 일자리만 4만9000개에 달했다.

만약 유가만 안정된다면 정책금리를 현 수준대로 유지하면서 재정정책과 미시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정책조합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상수지 적자 상황에서 외환보유금이 줄어드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개입을 통해 환율을 끌어내리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원화기준으로 원유도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만약 국제유가가 떨어진다면 이처럼 무리한 환율정책도 더 이상 펴지 않아도 된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원유수입 결제대금도 줄면서 경상수지도 함께 개선된다. 환율 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완전히 가닥을 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 수요감소 신호가 나타나지 않거나 중동지역 정정불안,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등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재차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흥국의 유가보조금 축소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지 여부가 향후 유가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며 "유가 하나만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가 안정될 경우 정책에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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