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칼럼] '패니' 모델의 위기와 시사점

조만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8.07.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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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조교수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 취득후 세계은행, 미 반관영 모기지사인 패니매에서 15년간 근무하고 지난해후터 KDI에서 부동산 금융, 유동화 상품 등에 대해 강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조만칼럼] '패니' 모델의 위기와 시사점


최근 ‘패니매’와 ‘프레디맥’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두 미국기관으로 인하여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들 두 회사의 주식이 지난 몇 주 간 약 70% 정도 폭락하였고,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패니매의 경우 1년 전 70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주식이 현재 13달러까지 하락하였습니다.
미국 재무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례적으로 지난 일요일 이 두 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조치를 단행하였고, 유사시 미국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현재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두 기관의 주가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왜 미국정부는 이와 같은 긴급수혈을 단행하게 된 것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 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이들 기관의 주가하락으로 생길 수 있는 미국 주택대출시장에서의 유동성악화가 예상되고, 따라서 재융자가 어려워 짐에 따라 모기지시장에서의 연체율과 부도율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신용보증이나 직접 보유를 통하여 관리하고 있는 모기지의 총액은 약 5.3조달러로 미국 전체 모기지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입니다. 또한 이들 기관이 이와 같은 대량의 모기지보증이나 구입을 위하여 발행한 회사채가 현재 1조달러를 넘고 있고, 이 중 약 절반 정도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상환 채권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이 회사 채권에 대한 리스크프레미엄이 올라가게 되고, 단기 채권의 연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이 두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차입자의 구제대책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연준의 발빠른 유동성 공급조치로 이들 기관의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에는 아직까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칼럼] '패니' 모델의 위기와 시사점
둘째, 이들 기관이 주식의 증자 등을 통하여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될 필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과 함께 이들이 전통적으로 관리해온 프라임모기지대출로부터 연체율, 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주요 원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부터 이들 기관이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보증 등을 통하여 프라임모기지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감당하게 됨에 따라 위험도가 높은 모기지의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되고, 이는 자기자본에 대한 수요를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이 두 기관이 자기자본 확보를 위하여 증자를 발표한 것이 이 회사 주식에 대한 매각을 급증시켰고, 가격폭락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금융기관이 자기자본으로 적립해온 액수가 현재 미국 모기지시장에서 점증하는 신용리스크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시장참여자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들 기관은 매 100달러의 모기지 보증이나 구입에 대하여 45센트(0.45 %)의 자기자본을 신용위험관리를 위하여 적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자율변동 위험을 위해서는 2달러 5센트를 적립하도록 되어 있음.) 현재 이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자기자본’(Core Capital)은 약 800억달러 이고, 시장의 전문가들은 500억~1000억달러의 추가 자기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현재 미국 재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향후 18개월간 미 정부가 필요한 만큼 이 두 기관에 공적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논의 중에 있습니다.

셋째, 장기적으로 이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이들 기관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미 재무부 법안에도 필요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분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지난 40년간 유지되어온 미국 주택금융시장에서의 '패니매-프레디맥 모델'의 종료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두 기관은 그 주식이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100% 민간자본으로 운영되지만, 저소득층 등의 대출제약이 있는 가구들에 대한 주택대출자금의 효율적 공급이라는 공공성이 강한 미션을 추구하는 회사로 존재해 왔습니다. 지난 1980년대 미국 저축은행의 대량 도산사태 이후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주택대출유동화시장의 확대 등을 통하여 대출서비스를 더 많은 가정에 제공하게 되고, 이에 힘입어 미국의 주택소유율은 1990년대초 63%에서 2000년대에 70%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가 보여 주듯이 이 두 기관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주택금융시장의 위기 시에 시장안정화 기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패니매-프레디맥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기관이 민간자본을 통하여 미국 주택대출시장의 규모를 확장하고 대출자금의 조달에 있어서 효율성의 제고를 가져왔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로 미국의 많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가정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이와 같은 민간소유-공공미션의 문제로 도덕적해이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공공의 목표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부로부터 명시적, 묵시적 혜택이 있어 왔고, 회사의 경영진이 이를 이용하여 원래 주어진 미션보다 이윤극대화에 더 치중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미국에서 뜨겁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주택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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