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MB 탓 이제 그만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8.07.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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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밤나무밭을 거닐다 이상하게 생긴 까치를 보고는 활을 꺼내 쏘려 했습니다. 까치는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고 뭔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까치는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마귀를 유심히 보았더니 그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크게 깨우친 듯 말합니다. "어리석구나, 까치도 사마귀도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매달려 자기가 죽을 줄은 모르는구나." 그러면서 까치를 잡는 일을 포기하곤 밭에서 걸어 나옵니다. 이때 밤나무밭을 지키던 밭지기가 쫓아나와서는 "게 뉘시오? 이 밭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라며 그를 크게 꾸짖습니다.
 
고전 '장자'에 나오는 우화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바로 장자 자신입니다. 까치와 사마귀를 비웃던 장자 역시 스스로를 잊어버림으로써 혼이 나고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10%대로 떨어졌다고 하지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파문이 그렇잖아도 낮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떨어트렸다고 합니다.
 
요즘 점심자리든 저녁자리든, 주말에 등산을 하든지 골프를 치든지, 모였다 하면 대통령을 비판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지요.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어떤 험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지요. 몇달 전까지만 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모든 게 '노무현 탓'이었는데 요즘은 모든 게 '이명박 탓'이지요.
 
대통령의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지고, 모든 것을 이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MB신드롬'이 확산되는 현실이 한편에선 이해가 됩니다.
 
이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민은 7% 성장과 1인당 4만달러의 국민소득,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기대했는데 '칠 수 있는 사고는 다 치는 747정부'가 되고 있으니 실망을 넘어 배신감이 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이명박 대통령 탓이기만 할까요. 이 대통령을 압도적 표차로 뽑아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입니다. 이 대통령이 잘못한다면 책임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뽑은 지 100일도 안돼 지지를 그렇게 쉽게 철회하고 험담까지 한다면 우리의 가벼움이 지나친 건 아닐까요. 이 정도가 되면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니라 '경박한 대한민국'이 아닐까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 이후 인터넷을 매개로 벌어진 촛불시위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일부의 경박함과 사기성을 보여준 측면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응원열기에서 확인한 것은 역동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역동성과 경박함, 사기성을 함께 보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역동적인 것도 좋지만 우직함을 함께 갖추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진짜 747'로 가는 것은 영원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시 장자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장자는 밤나무 밭지기한테 혼이 난 뒤 3개월 동안 우울한 얼굴을 했다고 합니다.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도 악기를 두드리고 노래를 부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석달을 반성하고 자신을 성찰했다면 대단한 일이지요.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 대통령 험담하는 것도 지겨울 것입니다.
 
대통령을 흔들고 지지를 철회해서 나라가 망가지고, 주변국들조차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실패한 대통령에 성공한 국민, 실패한 대통령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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