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따뜻한 외풍 차가운 외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7.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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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30거래일 연속매도… 기관도 확신 없어 '관망'

반등의 불꽃은 없고 연기만 풀풀난다. 코스피지수가 국제유가의 사흘 연속 연이은 급락과 미국시장의 상승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유가하락과 미국증시 상승 등 호재로 장초반에는 1% 이상 급등하며 1540선도 넘겼지만 이내 맥없이 주저앉으면서 장중 하락반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등 아시아주요증시가 강보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증시에 비해 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름철 수영장 미끄럼틀식 주가흐름에 대해 △외국인의 매도세 지속과 △메릴린치와 구글 등 미국 주요 종목의 실적 실망감에 따른 미국 시간외 시장의 하락 △낙폭 과대주의 상승동력 제한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 호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 매도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국내 기관도 시장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관을 중심으로 한 수급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증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은 오전 10시40분 현재 81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3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 여건의 개선으로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 것으로 예견됐지만 초반부터 매도로 일관되면서 기관도 여전히 '관망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미국 시간외 거래에서 메릴린치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면서 뉴욕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돌변한 점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메릴린치는 2분기에 46억5000달러(주당 4.97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4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고 발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메릴린치의 실적 발표 후 신용등급을 기존의 'A1'에서 'A2'로 낮췄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분기 순이익이 주당 46센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지만 월가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구글도 2분기 순이익이 3달러92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높아졌지만 월가의 예상치는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7%와 6% 이상 급락했다. 또 구글도 8% 이상 폭락세를 보여 정규시장의 상승무드를 깨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코스피시장은 이를 선반영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오 파트장의 설명이다.



국내 내부적으로는 호재를 맞아 일반적으로 상승반전 장세에서 치고 올라가면서 동력을 제공하는 낙폭과대주가 힘을 쓰지 못한 점도 지지부진함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가치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는 은행과 증권, 건설이 강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반등시 시장을 이끌고 갈 정도의 주도 성격을 갖지 못하고 있다.

오 파트장은 "낙폭과대주가 선발로 나서 튕겨져 올라가야 하는데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등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 리서티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상당부분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이 센터장은 "유가가 사흘 간 큰폭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현재 글로벌 위기의 핵심은 아니다"며 "언제라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남은만큼 시장이 추세하락에 대한 확신을 아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전히 외국인들은 글로벌 리스크가 높다고 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자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센터장은 "자산을 줄인다면 주식시장에서는 이머징시장, 특히 매도가 상당히 원활한 한국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라며 "국내증시의 수급이 좋지 않은 현 상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휘둘리는 일을 탈피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7,370원 ▲10 +0.1%) 리서치센터장도 이날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으로 외국인 매도세를 지목했다.

서 센터장은 "미국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유동성 확보가 여전히 시급하다"며 ".국내증시에서 호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를 늦추지 않음에 따라 기관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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