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각에 등급하향까지 '메릴린치의 굴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7.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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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97.5억불 추가상각 영향 46.5억불 순손실

메릴린치가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메릴린치는 17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97억5000만달러의 추가 상각 영향으로 46억5000만달러(주당 4.97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의 1회성 항목을 제외한 순손실은 46억달러(주당 4.95달러)로 톰슨 파이낸셜이 집계한 월가 손실 예상치 평균인 주당 1.91달러를 배 이상 상회했다.



메릴린치는 2분기 상각 영향으로 매출 역시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라는 부진한 수치를 기록했다. 메릴린치의 지난해 2분기 매출은 94억6000만달러였다.

메릴린치의 2분기 자산 상각에는 35억달러의 부채담보부증권(CDO), 29억달러의 채권보증업체 헤지투자분, 17억달러의 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13억달러의 주거용 모기지 채권, 4억4500만달러의 세전 구조조정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메릴린치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자 곧바로 선순위 장기 채권 신용등급 전망을 'A2'에서 'A1'으로 하향했다.

메릴린치는 2500억달러 규모의 장기 채권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향은 금리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무디스는 메릴린치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무디스는 "메릴린치가 블룸버그 지분 매각으로 2분기 손실로 인한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했지만 향후 예기치 못한 손실에 대응할 능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손실에 따른 자금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우량 자산 매각에도 나선 상황이다. 메릴린치는 블룸버그 지분 20%를 44억달러에 블룸버그측에 재매각키로 했다. 이와 함께 35억달러 규모의 파이낸셜데이터서비스의 역시 지분도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2월 메릴린치를 되살릴 적임자로 영입된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위험 관리 시스템을 쇄신하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메릴린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테인의 선임 이후 모두 155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메릴린치는 당초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에 새로운 사옥을 짓기로 했지만 최근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메레디스 휘트리 오펜하이머&코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비용이 이에 상응할 정도로 충분히 빠르게 줄지 않고 있다"면서 "메릴린치가 지금은 거실 소파를 매각했지만 다음에는 식탁도 매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인은 향후 메릴린치의 미래 사업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강조했다. 테인 CEO는 "메릴린치의 2분기가 매우 어려웠고 실망스러웠지만 핵심 사업 부문은 여전히 강하다"고 밝혔다.

특히 테인은 "메릴린치의 유동성이 지난 3월 31일 이후 100억달러 증가한 92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메릴린치는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갖고 있다"고 유동성 위기설을 일축했다.

그는 메릴린치가 차입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알트에이 모기지, 상업용 부동산 비중을 상당정도 줄여 모기지 시장 위험 노출을 상당정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메릴린치의 주가는 전날보다 2.73달러(9.7%) 급등한 30.73달러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실적을 발표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서 1.97달러(6.4%) 하락한 28.67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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