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찾사]펀드15억 몰빵했다 다시 기초공부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07.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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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찾는 사람들] (7) 변호사 김종진 씨(가명)

"투자는 재밌게 해야죠. 투자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어요."

변호사 김종진(가명·60)씨의 주식 투자 지론이다. 김씨에게 투자의 '재미'를 알려준 건 2년전 한 은행직원의 펀드 가입 권유였다.

처음에는 가만히 두어도 수익이 늘어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붙은 김씨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펀드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15억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김씨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 역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놀란 김씨가 은행을 찾아가 어떻게 해야할지 문의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못했다고 한다.

"답답해서 차라리 내가 공부하자고 마음먹었죠." 이것이 그를 주식 공부의 세계로 이끈 계기였다. 그는 지인이 소개로 새빛증권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주식 투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김씨는 "일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학원으로 출퇴근을 했다"며 "공부를 하면서 주식 시장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공부하지 않고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바둑 룰도 모르고 바둑판 앞에 앉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초를 다져놓으면 주식 투자가 몇 배 재밌어 진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요즘 선물거래라는 또 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선물 거래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주저 않고 "스피드"라고 답했다. 몇 초만에 가격이 변하는 그 속도감이 너무 짜릿하다고 한다.


선물 거래에 빠져 점심을 거른 적도 수 차례. 배운 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투자 비법도 만들었다. 이 방법으로 거래하는 재미는 포기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정도면 '투자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에 어긋나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다.



아무리 주식 투자가 재미있어도 자신의 본업인 변호사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투자에 매달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가 선물 거래를 하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것이 재미있는 투자를 위한 그의 원칙이다. 그 이상 매달리게 되면 재미가 아닌 집착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같은 학원에 다니는 10여명의 변호사에게도 이 원칙을 몇 번이나 이야기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의 눈으로 본 주식 시장은 어떤지 물었다. "주식 시장은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 같아요. 돈과 관련된 인간의 심리랄까, 공포에 약한 인간과 그 공포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인간.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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