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율워크아웃 "실효성 없네"

더벨 안영훈 기자 2008.07.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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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택건설사]③"부실만 키운다" 우려..가입률 저조로 효과 기대 못해

이 기사는 07월17일(08: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주택건설사 대출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자 금융회사들이 마지막 자구책으로 선택한 대주단 운영협약, 일명 '건설사 자율워크아웃 제도'가 벌써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주단 운영 협약은 주택 건설사들의 대출만기를 연장, 주택 건설 시장이 스스로 정상화 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대책이다.

일시적인 자금난이 주택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금융권도 부실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더 큰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급반전으로 미분양 물량이 기적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상 대주단 운영협약은 단순한 시간끌기용 응급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응급조치조차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 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시간 벌기용 응급조치에 오히려 부실만 커진다(?)

금융권의 건설업 대출규모는 105조2200억원으로,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도 결코 무사할 수 없다. 브릿지론 중심의 저축은행과 PF ABS을 사들인 투자회사는 물론 대규모 PF대출을 실행한 은행들도 상당한 손실 위험에 처한다.


고민 끝에 금융권이 합의한 것이 부도 위험이 있는 건설사들의 생명을 일단 연장해 주고 순차적으로 부실을 정리해 나가자는 대주단 운영협약이다.

건설사의 ‘미분양주택 증가 → 자금압박 → 외부차입 →금융비용 증가 → 수익성,재무안정성 저하 →부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자금압박을 늦추자는 것이다.

대주단 운영협약은 이를 위해 투자적격 등급(BBB-)이거나 이에 걸맞는 조건의 건설사에 한해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채권액 기준)이 동의하면 만기를 1년 연장(1회 한정)해 준다.

하지만 주택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건설사 입장에서 자율워크아웃제도로 1년의 시간을 벌 뿐이다. 1년후 주택건설업 상황이 지금과 같다면 오히려 그때부턴 주택건설사의 대규모 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권의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택건설사들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용인 등에서 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면 '기존 대출+신규사업 소요 자금' 상환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부도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금융권의 피해도 더 커진다. 기존 미분양 물량도 소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승부수로 던진 물량들까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다면 담보로 잡고 있는 사업장의 가치는 급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지방은행의 한 여신 담당자는 “건설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나지 않는다면 자율워크아웃제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미분양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오늘 없는 자금이 1년후에 생길리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대주단 운영협약 일명 ‘건설사 자율워크아웃’이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챙길거 다 챙기니 근본적 해결책 안되는 건 당연지사

대주단 운영협약은 철저한 금융권의 자기방어 논리로 만들어 졌다. 건설사 지원을 내세우지만 금융권을 위한 제도이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대주단 운영협약에서는 건설사의 자금압박을 늦춰주지만 신규자금은 지원하지 않는다. 건설사에게 자구회생은 요청하지만 자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은 건설사 스스로 찾으라고 내모는 셈이다.

금융회사들은 여기에 1년간 이자수익을 챙기고 대손충당금 적립 시점을 미루는 효과도 얻는다.

건설사가 대출만기시점에서 상환을 하지 못하고 부도가 날 경우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건설사 부도시점이 1년간 연장된다면 당장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대손충당금 적립 시점을 미룰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율워크아웃제도는 부도위기의 건설사 회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자체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년 후 부도가 난다고 해도 금융회사의 손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자구회생을 추진하는 시간만큼 금융회사들은 소비자금융 등 대규모 부실 발생에 대체할 수 있는 다른영업기회까지 갖는다.

은행권에 1년 앞서 자율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한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쇄부실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무너지면 타격은 받겠지만 소액신용대출 등을 통해 건설사 부실 충격의 완충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주단 운영협약 자체도 반쪽 난 상황

지난 6월 30일 대주단 운영협약 가입 마감 결과 전체 197개 금융기관 중 대주단 운영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 수는 118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주단 운영협약이 그나마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전체 금융권의 참여가 필수적인데도 지난 6월 대주단 운영협약 2차 모집에 단 2곳의 금융기관만이 추가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1년 후 주택건설사 시장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막상 대주단 운영협약 지원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제도도입은 의미가 없다.

현행 대주단 운영협약에 따르면 건설사가 지원대상이 되려면 대출받은 금융기관 모두가 대주단 운영협약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대주단 운영협약에 따라 만기가 연장된 주택건설사는 강원도 소재 건설사 1곳 뿐이다. 강원도 소재 건설사 2~3곳도 대주단 운영협약 지원대상으로 손꼽혔지만 운영협약 미가입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았다는 문제로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이명훈 은행연합회 대주단 협의회 사무국장은 "적어도 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무조건 참가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대주단 운영협약의 실효성을 늘리기 위해 추가적으로 미가입 금융회사들에게 가입을 촉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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