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공방'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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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공방'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 기존 시내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류' 이유는 일반 집전화와 달리 인터넷전화는 범죄나 화재 등 긴급상황시 112, 119 등에 전화를 걸어도 가입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당초 올 6월에 도입하기로 돼 있었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에 급제동이 걸렸다. 방통위의 전신인 옛 정통부는 올 6월 번호이동제 도입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준비를 했고, 지난해말에는 6개 도시에서 시범서비스까지 실시한 바 있다.

긴급통화 위치확인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방통위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070' 착신이 가능한 인터넷전화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5년말부터다. 가입자도 벌써 120만명에 달한다. 방통위 지적을 되씹어보면, 방통위는 지난 3년동안 긴급상황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인터넷전화를 허용한 셈이 된다.

게다가 긴급통화 위치확인 여부는 엄밀히 따지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와 전혀 무관한 기술적 문제다. 이 문제는 사실 인터넷전화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적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방통위가 인터넷전화 육성에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 지적한 문제에 대해 진작에 해결했어야 했다. 당면한 기술적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1년 넘게 번호이동제 도입을 준비했다는 것이 말이 안되니 말이다.


지금까지 번호이동제가 도입되기를 학수고대했던 인터넷전화업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의 도입은 필수적으로 기존 기술과 질서와의 충돌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방통위가 차제라도 적극적인 정책의지와 업체간 중재 역할을 통해 인터넷전화 산업의 꽃을 피우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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