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계열 인터넷전화업체들 "체면 안서네"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8.07.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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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들 "번호 바꾸기 싫어" VoIP 도입 '외면'

LG데이콤 (0원 %),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 인터넷전화(VoIP)업체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해당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전화 시장에 진출해 나름대로 시장입지를 확보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영업에서는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탓이다.



인터넷전화는 일반 유선전화(PSTN)에 비해 요금이 저렴한 편이다. 특히 시외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에서는 인터넷전화를 도입하면 전화요금을 절반 가량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계열사들이 인터넷전화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070'으로 번호를 변경해야 하는데 다른 부담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데이콤은 80만명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기업고객은 20만명 수준이다. 기업대상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네트웍스의 경우는 가입자가 28만명에 이른다.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기업고객은 LG데이콤과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3개사를 모두 합쳐도 58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확보한 가입자치고 초라한 실적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59개다.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전화영업이나 전화상담을 많이 하는 계열사도 적지않다. 삼성전자만 해도 임직원의 수가 8만명에 이른다. SK그룹 계열사는 89개이고, LG는 37개에 이르지만, 인터넷전화를 도입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사적으로 인터넷전화를 도입한 SK커뮤니케이션과 일부 도입한 곳을 합하면 대략 1만회선 정도다.


삼성 계열사의 경우는 일부 국제전화 수요가 많은 곳이나 신규 사업장에서 인터넷전화를 도입했지만 전사적으로 도입한 곳은 거의 없다. LG데이콤 역시 아직까지ㅣ 인터넷전화를 전사적으로 도입한 계열사는 없다. LG데이콤은 "현재 1곳이 전사적으로 인터넷전화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밝힐 정도다.

이처럼 인터넷전화가 기업시장에서 '더딘 걸음'을 하는 이유는 '번호이동제' 도입이 지연된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번호이동제는 일반 유선전화(PSTN)에서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당초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긴급통화 등에 대한 시설미비를 이유로 '보류'시켰다.



번호이동제가 실시되면 대기업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잔뜩 기대를 걸었던 대기업 계열 인터넷전화업체들은 방통위의 '보류' 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요즘 비용절감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기업들에게 인터넷전화는 최적"이라며 "이런 호기를 번호이동제가 보류되면서 놓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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