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0분의 1=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은 올해 R&D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566억원(37%) 늘어난 2111억원을 책정했다. 2,3위인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과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도 각각 184억원(23%) 늘어난 1000억원 안팎, 180억원(148%) 늘어난 301억원을 R&D 예산으로 잡았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이 1.17%로 그나마 1%를 넘었을 뿐, 삼성중공업은 1%,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은 물론 국내 상장사 평균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38개 상장사(금융업 등 비교불가능한 업종 제외)의 매출액 대비 R&D투자액 비율은 평균 2.36%였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63조원, R&D투자 5조9000억원으로 R&D 비중이 9.4%에 달했다. 조선 3사의 10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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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특수성 반영"= 이처럼 조선사들의 R&D 투자가 부진한 배경으로는 조선업의 특수성이 꼽힌다. 선박의 수명이 보통 30년이 넘어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가전,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적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 설계나 기존 선종의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투자가 회계상 R&D가 아닌 인건비 항목으로 잡히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조선산업이 수년째 호황을 구가하면서 인력, 설비 증설 등 생산 능력 확충이 시급했던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브릭스 국가들의 등장으로 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해내기도 바빴다"며 "상대적으로 R&D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1위 유지, 그냥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같은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조선업계의 R&D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조선산업이 초호황인 요즘이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1위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조선소들이 당장 써먹을 수 응용 기술에 대한 투자는 하지만 시장을 앞서나간다든가, 첨단 선형에 대한 투자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 일본처럼 40, 50년 가까이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도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도 과거에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이 된 제품들"이라며 "시황 등 조선산업에 대한 연구,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