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지주사 전환 '승부수' 통할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7.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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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15% 이상이 반대하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

오는 9월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주가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난 국민은행 (0원 %)이 마침매 승부수를 던졌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과 현 주가의 괴리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자제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사실상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지주사 전환에 소요되는 자금 출혈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은 지주회사 설립 무산 가능성이 부각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탓이다.



◇국민은행의 '승부수'= 지난 4월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겠다며 밝힌 매수가격은 6만3292원. 당시 주가가 6만9200원으로 큰 부담이 없었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주식매수청구 가격과 현 주가의 차이가 1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식의 3분의 2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30% 가량이 반대한다고 가정하면 현 시가총액을 고려할 때 약 7조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를 15%로 낮춰 잡았다. 이 정도면 3조원 가량의 자금 부담이 생기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주회사로 연착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5%=마지노선'이라는 공식을 밝힘에 따라 지주회사로의 전환 부담이 공식화됐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6만3000원대라 최근 급락에도 보유 중이던 주주들이 은행의 입장 변화에 따른 불안심리 등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시나리오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 유일한 변수는 주가다. 하지만 주주총회까지 한달 정도가 남아 있어 주가 향배를 속단하기 어렵다. 이 기간 중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1860만주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전략적 또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작업도 병행될 수 있다.

이같은 수단이 통해 주가가 오르면 지주사 전환이 불발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민은행 역시 '15%=마지노선' 방침을 알린 만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율이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 특히 미국발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감으로 국내 금융주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면 자사주를 매입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장기적인 그림도 중요하겠지만, 투자자나 주주들에게는 당장 주가수준이나 전망이 보다 중요한 것 같다"며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주식매수청구권이 15%이상 발생해도 향후 6개월마다 주가 상황 등을 감안해 재추진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 전환 자체를 백지화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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