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보 가입자, 의료비 덜 썼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7.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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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년 평균 73만8000원… 비가입자보다 3만원 낮아"

-KDI 연구보고서
-민영의보 가입자 '도덕적 해이' 추정 틀려
-제도적 정비 필요

민영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지출이 비가입자보다 크지 않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암 등 중중질환의 경우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해주는 실손형 가입자가 정액형 가입자나 비가입자보다 높은 의료이용량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발표한 '민간의료보험 가입과 의료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인구를 대상으로 40만6751명을 무작위 추출해 분석한 결과 0~64세 인구 중 민영의보 가입자의 2년 평균 의료비용은 73만8000원으로, 비가입자 76만8000원보다 적었다.

또 의료일수의 경우도 민영의보 가입자가 126.9일, 비가입자가 141.6일로 민영의보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적게 이용했다.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영의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불필요하게 의료기관을 찾는다는 속설과는 다른 결과다.

민영의보 가입률이 낮은 65세 이상 노인까지 포함하면 민영의보 가입자의 의료비용은 75만7000원, 비가입자는 98만9000원으로 그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의료기관 이용일수도 민영의보 가입자 131.4일, 비가입자 180.6일로 큰 차이가 났다.

민영의보 보험사의 가입자 선별로 인한 차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 병력이 없으면서 같은 질병이 새로 발견된 사람으로 조사대상을 한정했을 때도 민영의보 가입자의 평균 의료비는 830만9000원으로, 비가입자 864만6000보다 적었다.


하지만 만성질환 과거 경력이 없는 암환자는 실손형 보험 가입자(933만원)와 '실손+정액형' 가입자(924만1000원)가 비가입자보다 의료비용을 많이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영의보 가입자의 62%를 차지하는 정액형 가입자는 826만2000원으로 비가입자보다 의료비 지출이 적었다.

연령대 별로는 30살을 기준으로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30~64세는 민영의보 비가입자(116만8000원)가 가입자(89만4000원) 보다 의료비용 지출이 많았지만, 0~29세는 민영의보 가입자(52만9000원)가 비가입자(41만원)에 비해 의료비 지출규모가 컸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의료기관 이용 시간과 업무 이탈 등의 노동시장 요인과 의료이용의 기회비용이 높은 사람에게 주로 보험상품을 판매해온 관행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국민의 63.7%가 민영의보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받을 보험금을 미리 정해놓는 '정액형' 가입자가 62%, 실손형 가입자가 26.1%, 실손형과 정액형에 모두 가입한 경우가 24.3%로 조사됐다.

또 비가입자의 평균재산이 4526만원, 가입자는 4299만원으로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주로 민영의보에 가입한다는 예측도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위원은 "일부 영역에서 가입자의 의료이용이 높은 현상이 향후 보험산업 발전과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형 상품의 본인부담금 보장한도 축소에 대해서는 "공급자의 유인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동시에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표준약관 등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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