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라 믿었건만…' ELF 70%대 손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07.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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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나 피인수될 경우 손실 조기 확정

미국 신용위기가 재발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LF(주가연계펀드)에도 불똥이 튀었다. 기초자산의 주가하락으로 조기상환은 커녕 70%대의 손실을 입고 있다. 심지어 기초자산인 리먼 브러더스의 상장폐지설까지 흘러나와 만기일 이전에 손실이 조기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16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삼성투신운용이 지난해 10월24일 5개 글로벌 IB(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리먼 브러더스, JP모건, 도이치 뱅크)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만기 2년의 '삼성TOP 5 IB 리더스 파생상품 1'이 74%의 손실을 기록중이다(7월15일현재). 이 펀드의 설정액은 80억5300만원.



당초 이 펀드는 미국 IB들이 45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상각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설정됐다. 조기상환조건을 낮추는 일종의 '스텝 다운'형으로 설계됐다.

즉 5개 기초자산의 주가가 설정일 대비 6개월후 90%, 1년후 85%, 1년6개월후 80%, 2년 만기일에 75% 이상일 경우 연 20%의 수익률로 상환되는 구조다. 조기상환되지 못할 경우 만기일 현재 주가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의 수익률이 펀드수익률로 결정된다.



설정이후 이같은 목적은 순조롭게 달성되는 듯 보였다. 글로벌 IB들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ELF도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올들어 재차 신용위기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먼저 추가 자산상각 부담에 글로벌 IB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설정일부터 지난 7월15일까지 리먼 브러더스(-80%)와 모건스탠리(-53%)는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21%) JP모간(-32%) 도이치 뱅크(-43%) 등도 펀드 수익률 하락에 일조했다.

최근 월가의 상황전개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2분기 3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리먼 브러더스가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상장폐지설과 바클레이즈로의 피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이 현실화될 경우 ELF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이종준 삼성투신 구조화상품팀 펀드매니저는 "리먼 브러더스가 상장폐지되거나 타사에 매각될 경우 ELS 발행사인 메릴린치와 모든 것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기초자산인 리먼 브러더스의 주식이 없어지기 때문에 만기일 이전에 ELF의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매니저는 "불과 10개월만에 리먼 브러더스의 주가가 80%이상 하락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ELF도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조기에 손실에 확정되더라도 회사측이 특별히 제공할 수단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있고 만기일에 5개 글로벌 IB의 주가가 설정일 대비 80% 이상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투자자들은 30%(연 15%)의 수익을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또한 만기일까지 75%이상 회복될 경우 40%(연 20%)의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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